과거 폐결핵을 앓아 폐 기능이 정상인보다 약한 30대 운전자가 경찰관의 음주 측정을 수차례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형사22단독 김병국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판사는 “경찰은 피고인이 호흡을 가다듬을 기회를 줄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피고인 행동은 음주 측정에 불응하려는 의사가 명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7일 오전 2시40분쯤 서울 영등포구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경찰관은 얼굴이 붉은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으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A씨는 음주측정기 대신 채혈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찰관 요구에도 끝내 거부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교통사고를 냈을 당시 A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그가 의도적으로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과거 폐결핵을 앓아 폐 기능이 정상인보다 약한 상태로 당시 8차례 음주 측정에서 호흡량이 부족해 측정이 이뤄지지 않자 따뜻한 곳에서 다시 측정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