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빌라 안방 모습. 소방당국은 당시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초등학생 형제가 안방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의원실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고 당시 아이들이 있던 집 현관문이 열려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어른이라면 바로 뛰쳐나올 수 있었지만 현관문 쪽 불길을 본 어린 형제는 겁을 먹고 안방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인다.

28일 미추홀소방서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21분쯤 불이 난 미추홀구 용현동 빌라에 소방대원들이 처음 진입했을 당시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 일각에서 제기된 ‘현관문이 잠겨 있어 형제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뒤집는 내용이다.

화재가 발생한 집은 33㎡(10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다. 거실과 주방이 붙어 있는 구조였고 발화점으로 예상되는 주방과 현관문 간 거리는 1~2m에 불과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들은 현관문이 열려 있었음에도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목격한 형제가 겁을 먹고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른이라면 이불 등을 이용해 불길을 헤쳐 나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정황상 형제는 불길을 피해 안방으로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주방에서 시작된 불은 곧바로 안방으로 번지지 않았으나 천장을 타고 들어온 열기로 인해 방에서도 불이 나 형제가 화상을 입은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측하고 있다.

구조 당시 형(10)은 안방 침대 위에 이불에 덮여 있었고 속옷 차림의 동생(8)은 침대 바로 옆 화장대 밑 공간에서 발견됐다. 둘 다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서울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형제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추홀경찰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 6월25일 이 가정을 대상으로 ‘학대 우려 아동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여 친모에게 아동에 대한 정기적 식사 제공과 외출 자제, 집 안 환경 개선 및 위생 관리 등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동 학대 의심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이번 화재사고를 계기로 아동이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받은 것이 의심되고 재학대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자체장이 보호자와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