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건 국감자료 요청
도 “기본행정 마비될 수밖에”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
“국감 강행, 정당성 없다” 반발
방역 집중위해 전면 중단 요구

 

경기도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한 '이중감사' 논란은 최근 코로나 19 확산과 수해 등 재해까지 겹치면서 공무원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방역수칙을 어기면서까지 국감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도내 공직사회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회 등으로부터 요구받은 국감 자료는 1600여건에 달한다. 여기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역시 해마다 약 1000건의 관련 자료 요청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각 실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국감 기간에 밤을 새우는 직원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미 지방자치법에 따라 경기도의회로부터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국감까지 더해진 이중감사로 인해 기본 행정 업무는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업무까지 더해져 고충이 배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도는 오는 11월 예정된 도의회 행감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 2곳에 대한 국감 자료까지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함께 집중호우 및 태풍 피해 관련 업무까지 사실상 삼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재난 시기엔 재난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재난 극복에 힘을 주기는커녕 되레 국감이라는 '쓰나미'를 날려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방역 활동에 집중을 못 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며 “공무원에게 국감은 일상 행정을 마비시키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국감 한 달 전부터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탓에 공무원의 모든 업무를 정지시키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중 방역이 예상된 시기에 국감 강행은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지방정부 공무원의 방역 집중을 위해서라도 국감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감 자료를 준비 중인 도의 한 공무원 역시 “이중감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변하는 게 없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중단이 어렵다면 비대면 국감 등 약식으로 진행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국민의힘·이천) 국회의원은 “공무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정치 일정이 왜곡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 만큼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에서 보다 꼼꼼하게 감사를 챙겨야 한다. 국감 방식 등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유관희 노조 위원장 “감사 아니라 지원 필요 … 국감, 지방의회에 이양해야”

 

“재난의 해에는 감사가 아니라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유관희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27일 “국회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그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비지원사업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런데도 국회는 매년 지방자치의회가 담당하는 자치단체 고유의 사무에 대해서까지 무분별하게 감사자료를 요구하는 등 법을 지켜야 할 헌법기관이 스스로 법을 위반하면서 지방의회의 기능과 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회의 법적 한계를 벗어난 월권적 감사로 인해 고유의 행정업무에서 지자체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감사가 예고되면 그 시점부터 각 의원실에서 요구한 자료 준비를 비롯하여 모든 업무를 거기에 맞춰 조정해야만 한다. 인력과 비용도 문제다.

유 위원장은 “국회에서 감사하는 내용은 대부분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 정부부처 합동 감사에서 이미 살펴봤거나 감사 예정인 것들”이라면서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에는 감사에 대한 대응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이나 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감사 이후 가중된 업무 부담을 감당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있음에도 같은 상황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지방자치제도 발전을 함께 담보할 수 있도록 고유의 지방행정 사무는 자치의회가 전담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라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국회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즉시 폐지하고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자치의회를 통한 간접감사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원과 행정자치부의 감사는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지방위임사무의 경우 행정자치부가 전담하고 감사원은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정부의 감사를 통해 간접 감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과거의 중앙집권적 행정구조에 뿌리를 둔 중앙정부의 감사는 물론 국회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제도는 자치권 확대 차원에서 지방의회에 대거 이양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



관련기사
코로나 시국에 국감·행감 …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경기도 국회가 경기도 국정감사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올해 경기도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난에 따른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야권 견제에 정치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27일 도에 따르면 내달 16일과 20일 각각 행안위와 국토위의 국감이 열린다.도가 상임위 두 곳으로부터 국감을 받는 것은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행안위만 도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 바 있다.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국감과 관련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