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수원남부소방서 현장대응단 대응조사1팀장]

2년 전 불법구조변경 수원모텔 화재
빠른 판단으로 인명피해 막은 지휘관
“위험천만 32년 그래도 구조현장 좋아”

 

2018년 9월30일 새벽 2시47분. 수원시 권선동의 6층짜리 모텔에서 불이 났다. 연기가 순식간에 건물을 가득 메웠다. 안에서 30여명의 투숙객이 곤히 잠자고 있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불법적인 구조변경으로 인해 막혀있었고, 계단 등 통로에도 각종 물건이 쌓여있었다. 그야말로 '긴급 상황'이다. 다행히 결과는 '사상자 0명'.

이는 지금까지도 수원지역 소방서에서 '아찔한 사고였지만, 대형 인명 피해를 막은 사례'로 회자된다. 소방관들의 재빠른 판단과 움직임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김정섭(53·소방경·사진) 수원남부소방서 현장대응단 대응조사1팀장이 그중 한 명이다. 27일 김 팀장을 만나 동료들과 함께 연기가 자욱한 건물로 뛰어들어 생명을 구했던 그 날의 일에 대해 인터뷰했다.

“정말 큰일 났구나 싶었어요. 모텔에서 연기가 막 나오는데 차량 진입은 안 되고, 안에 수십명이 제대로 대피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김 팀장은 당시 화재 신고 3분 만에 현장을 도착했다. 하지만 문제의 연속이었다. 해당 모텔이 유흥밀집구역이라 교통이 워낙 혼잡했고, 결국 고층건물 구조용 차가 진입에 실패했다.

이제부터 대응은 김 팀장의 지시가 필요했다. 김 팀장은 동료들에게 “일단 들어가서 사람부터 구하자”고 말했다. '지휘 역할'의 김 팀장도 산소통을 어깨에 올려 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모텔 입구를 여는 순간, 또다시 난관에 부닥쳤다. 문 입구가 벽 같은 구조물에 막혔던 것. 모텔 주인이 불법으로 구조변경을 한 것이다.

진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이었고, 유일한 비상구이기도 했다. 간신히 문 열어 계단으로 진입하자 이번엔 계단에 적치물이 발에 걸렸다. 그럴수록 소방관들은 더욱 속도를 냈다.

하나, 둘, 셋. 모텔에 고립된 사람을 계속 구조하면서 김 팀장과 동료들이 나눈 대화는 “빨리 구해”, “더 찾아”만 가득했다. 총 25명 정도(자력탈출 제외)가 소방관의 도움을 받았다.

김 팀장은 “사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혹시 모를 폭발 위험성 등으로 소방관도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그래도 소방관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 즉 인명구조 원칙에 따른다”고 말했다.

올해로 32년 차인 김 팀장은 대부분 현장직 업무를 맡은 '베테랑'으로 불린다. 화성·안성 등에서 발생한 무서운 대형화재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구하는 현장이 좋다.

김 팀장은 “수원남부는 도내 화재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난 이 일이 천직이다. 현장에서 시민들을 지켜드리고 싶고, 또 위험에 노출돼있는 우리 동료들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