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규 인천경찰청 수사과 경위

법무부가 지난 8월7일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대통령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지난 1월 ▲경•검 협력관계 ▲경찰은 1차적•본래적 수사권자 ▲검사는 2차적•보완적 수사권자 설정을 목적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하위법령이지만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 독소조항을 포함시켰다.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을 관계기관 공동 주관이 아닌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운동경기를 하는 두 명 중 일방에게만 경기를 주관하게 한다면, 경기는 당연히 주관하는 쪽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법무부 단독 주관이 되면, 경•검 관계를 수평으로 만들고자 하는 법 개정 취지완 달리 법무부 소속인 검찰에게 무게가 쏠리게 될 것이다.

또한 검찰청법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일정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수사개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마약범죄와 사이버범죄를 각각 경제범죄와 대형참사로 끼워넣기식으로 추가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장했다.

법으로 마약을 금지하는 이유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이지만, 입법예고안은 법 개정 목적과 달리 마약범죄를 경제범죄에 포함시켰다. 대형참사의 뜻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나 사고'임에도 불구,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에 추가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넓혔다.

조직 원리 중 '분업화의 원리'는 업무 능률의 증진을 위해 가급적 한 가지의 단일 업무만 전담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본연의 업무인 기소에 집중하게 하는 분업화의 원리에 맞는 효율적인 사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령 입법예고(8월7일~9월16일) 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따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입법예고안이 수정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