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동 화재 빌라 인근 119안전센터 있었지만 출동지령 못 받아 대기만
동네 같은 이름 빌라만 4곳 … 1·2·3차 엉뚱한 곳으로 출동 골든타임 놓쳐

나이 어린 신고자 상황 대비 '긴급 출동 지령 시스템' 전반적 개선 목소리

 

▲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S빌라와 용현119안전센터 간 차량 이동 거리. /출처=네이버 지도 서비스
▲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S빌라와 용현119안전센터 간 차량 이동 거리. /출처=네이버 지도 서비스

집 안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소방당국에 닿은 지 '1분20여초'가 지나는 동안 정작 화재 현장에서 170여m 떨어진 119안전센터는 출동 지령을 받지 못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당시 형제가 알려준 '빌라 명칭'만으로는 불이 난 곳을 특정할 수 없어 해당 센터가 곧바로 출동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인 가운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확한 주소를 모르는 아동 신고에 대비해 긴급 출동 지령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인천소방본부와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55초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자 아이는 소방대원이 위치를 물어보자 “여기 'S빌라'요. 빨리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종합상황실은 아이가 알려준 S빌라가 용현동 여러 곳에 존재하는 탓에 빌라 명칭만 갖고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선 신고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로 1차 출동대를 보냈다. 그러나 기지국은 화재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 있었고 1~3차 출동대 모두 다른 쪽으로 출동한 꼴이 됐다. 더구나 당시 불길이 치솟던 S빌라와의 직선거리가 170여m에 불과한 용현119안전센터는 1~3차 출동대에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 기지국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전 11시18분18초에 접수된 주민 신고로 정확한 주소가 확인되면서 용현119안전센터가 오전 11시21분 현장에 도착해 형제를 구조할 수 있게 됐다. 형제는 일주일째 의식 불명 상태다. 다만 형제의 구조 요청 시점과 해당 센터의 출동 시간 사이에 '1분23초'의 공백이 발생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사례처럼 어린 나이의 신고자가 정확한 주소를 모르나 아파트나 빌라 명칭은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한 지역에서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에 대한 재난 대응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령 용현동 S빌라로 확인된 여러 곳에 각각 가까운 119안전센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출동시켜 인명 구조 골든타임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이다. 용현동 S빌라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검색했을 때 화재 현장을 포함해 ▲용현초 근처 S빌라 ▲용현시장 주변 S빌라 ▲용정초 인근 S빌라 등 모두 4곳으로 파악됐다.

조광휘 인천시의원은 “결손 가정 등 화재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강도 높은 화재 예방 활동이 요구된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긴급 출동 지령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최초 신고자로부터 정확한 주소를 듣지 못한 상황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노력했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며 “다만 한 지역에서 동일한 명칭을 쓰는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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