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1차 유행이 한창이던 즈음 동네 재래시장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보는 사람마다 '마치 명절 분위기'가 난다며 이구동성 놀라워했다.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겼던 작은 상점과 식당들이 모처럼 다시 활기를 찾았던 시기도 바로 이때다. 이른바 재난기본소득이 지역화폐로 지급되고, 일정 기간 내에 사용하도록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기대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지역화폐의 효과에 대한 감응은 대부분 국민에게 일치하는 정서였다.

최근 경기시장상권진흥원이 도민 46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89%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보고서를 공개해 논란이다. 조세연은 특정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는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낸다며 지역화폐 발행과 운영에 따른 경제적 순손실이 올해 총 22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와 경기도상인연합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조세재정연구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 간의 거친 설전이 주말 내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마침내 인신공격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부질없다. 정치적 공세에 더해 서슴없이 구사하는 정치인들의 인신공격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작 이럴 때 필요한 게 토론이다. 때마침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의 반박 주장에는 조세연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못 궁금하다. 양 교수는 조세연이 사용한 지역화폐 효과분석에 불필요한 '낡은 통계'를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지역화폐와 관련한 국가적 지원이 없고, 지역화폐 자체가 활성화하지 않았을 때의 통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지역화폐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두드러진 효과를 보인 정책은 없다고 단언한다. 지역화폐로 인한 논란이 이만큼 거센 것도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사회변화를 작동시키는 역할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조세연과 경기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토론회를 진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