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119안전센터와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S빌라 간 차량 이동 거리. /출처=네이버 지도 서비스
용현119안전센터와 지난 14일 화재가 발생한 S빌라 간 차량 이동 거리. /출처=네이버 지도 서비스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된 초등학생 형제를 덮친 인천 용현동 빌라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형제의 다급한 구조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이 현장에 1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에도 무려 5분이나 걸려 도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당국은 최초 신고자인 아이가 불러준 ‘빌라 명칭’이 용현동 여러 곳에 있어 정확히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돼 소방차 도착이 다소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18일 인천소방본부와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이달 14일 오전 11시16분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인천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자 아이는 소방대원이 위치를 물어보자 “여기 S빌라요. 빨리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119종합상황실은 미추홀소방서와 용현119안전센터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용현119안전센터는 화재가 난 S빌라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7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119안전센터에서 대기 중인 소방차가 큰길로 나와 바로 옆 골목길로 진입해 직진만 하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센터는 S빌라의 정확한 위치를 전달받지 못했다. 아이에게 빌라 명칭만 들은 종합상황실에서 용현동 S빌라 위치를 찾아보니 여러 곳에 S빌라가 존재했던 탓이다.

실제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용현동 S빌라를 검색했을 때 화재 현장을 포함해 ▲용현초 근처 S빌라 ▲용현시장 주변 S빌라 ▲용정초 인근 S빌라 등 모두 4곳이 나타났다.

이후 종합상황실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센터에 알려줬지만 그 사이 아이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가 접수된 지 5분이 지난 오전 11시21분이었다. 1분 뒤에는 화재 현장에서 2.4㎞ 떨어진 미추홀소방서 지휘차 등이 도착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례처럼 어린 나이의 신고자가 정확한 주소를 모르나 아파트나 빌라 명칭은 인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한 지역에서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공동주택에 대한 현장 대응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자가 빌라 명칭을 말해줬지만 지도상에 동일한 이름의 빌라가 용현동 여러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화재가 났을 때는 정확한 주소를 알려줘야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집 안에 있던 초등학생 A(10)군과 B(8)군 형제가 각각 3도, 1도 화상을 입었고 화재 발생 당시 연기를 흡입해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