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전 송도중 교장

 

1910년 8월29일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치욕스러운 날인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과거 일제에 주권을 뺏긴 참담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시련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경술국치일 태극기(조기) 달기'를 추진해 왔다.

역사는 반복된다. 부끄러운 일을 덮어두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더 치명적인 실패의 결과를 가져온다. 미래 세대들에게 경술국치의 부끄러운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알려주어 나라와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두 번 다시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이를 위해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각급 기관•단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시민들에게 조기 게양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적극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학생이나 시민은 물론 학교나 관공서도 많아 상당수는 태극기 조기를 게양하지 않아 각 지자체 조기 조례 개정안의 본래 의미를 무색케 했다.

광복절과는 달리 경술국치일은 치욕의 역사로 그동안 그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이 미약해서 경술국치일은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경술국치일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로 통치권을 일본에 넘기도록 규정한 한일병합조약을 공포한 날이다.

지난 8월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 침략으로 멸망한 지 111년째 되는 날이다. 1910년 경술년에 일제의 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하고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 해서 '경술국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술국치를 '국권피탈(國權被奪)'이라고도 불린다.

한일병합조약은 1910년 8월22일 형식적인 어전회의에서 순종의 서명도 없이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사이에 강제로 체결되었다.

대한제국의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합병조약을 통과시켰으며 8월29일 조약이 공포되면서 대한제국은 국권을 상실하게 됐다. 한일병합조약은 형식적으론 대한제국의 황제가 일본과 합의하에 정권을 이양한 것으로 돼있지만 사실은 조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맺어진 강제조약이었다. 이로써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실질적 통치권을 잃었던 대한제국은 조약을 통해 일본 제국에 편입됐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됐다.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민족사의 명맥과 나라가 망하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 조약으로 36년 동안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악랄하고 지독한 시민지배와 수탈을 당해야 했으며, 이에 맞서 백성들은 3•1만세운동과 치열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1910년 경술년 당시엔 나라가 힘이 없고 무능한 정치인과 사색당파의 붕당정치, 국론분열, 강대국에 의존하려는 노예근성으로 인해 이 같은 치욕을 당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아픈 역사와 과거를 망각하고 또 다시 경술국치일 직전과 비슷한 붕당정치인 진영논리로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중산층 붕괴, 서민층 주택난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서로 남을 탓하며 싸우고 있다.

가슴이 찢어진다. 걱정이 앞서 안타깝고 너무 분하다. 어느 때보다 과거 역사를 철저하게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 오늘날, 다시는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경술국치일에 대한 역사교육이 절실하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였다. 역사는 우리가 숨 쉬듯 우리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행되고 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역사교육은 특정 사건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에 대한 뚜렷한 관점 위에서 미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다.

우리 역사 바르게 알기를 통하여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참된 역사교육의 활성화와 성찰을 통해 관념적 역사교육이 아닌 실천적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미래세대인 학생들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과 슬픔의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주권자로서 나라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진정한 과거사 청산과 한•일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와 국론통일, 국민화합으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경술국치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