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명문미디어아트 대표_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인천내항은 역사, 문화적으로 인천의 정체성을 잘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항지인 제물진과 전통적인 어촌마을 성창포가 있었다. 이곳은 1883년 제물포조약으로 일본에 의해 굴욕적으로 개항한 곳이며 중•일전쟁, 러•일전쟁을 위한 군수항 역할을 했고, 이후 조선의 약탈물자를 더 많이 집산하기 위해 항구를 확장한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이곳은 자연스럽게 반일문화의 기질이 살아 넘쳤던 곳으로서 기억해야 할 공간이다. 또한 한국전쟁의 상흔을 품고 있는 월미도와 주변지역은 전쟁 이후 이북5도에서 내려 온 피난민들의 삶과 1970년대 이후 일자리를 찾아온 삼남 지방의 이농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격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물리적으로는 세계적으로 둘밖에 없는 '롤링 게이트식 갑문' 형태의 특수한 항만시설을 보존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수출항구로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물론 인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곳이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인천내항 반경 1~2㎞ 이내에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적 도시계획이 이뤄진 곳으로 역사•문화적 자산들이 함께 배치된 모던도시로서 손색이 없는 길거리 박물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인천항이 남항, 북항, 신항으로 확장되고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이전하여 항만기능이 분산 배치되면서 인천내항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구의 쇠락 현상은 급격히 진행되었다. 이제 우리는 지난 100여년간 인천내항과 지역사회의 관계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인천내항은 지역사회에서 순기능적 역할만 하였을까? 그렇다면 어떤 역기능이 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인천내항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첫째, 인천자본의 서울 유출 통로였다. 인천내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극히 일부만 인천지역 하역 노동자들의 하역비 몫으로 지불되었고 그 외 고부가가치는 중앙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인천내항에서 취급해온 주요 화물들, 석탄, 고철, 목재 등 벌크화물에 의한 환경피해다. 이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의 매우 위험한 지경이었다. 이처럼 인천시민들은 지난 100년간 하역노동으로 얻은 댓가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공해물질을 덤으로 받아들인 피해는 무제한이었다.

2013년부터 도시재생과 관련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인천내항은 도시경제기반재생의 적격지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인천시는 이곳을 원도심 재생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선정하고 2015년에는 '개항창조도시개발사업', 2019년에는 '인천형•시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해양수산부는 중앙정부 재산으로 인식하고, 지역사회는 인천의 자산이라 인식하고 있다. 결국 해양수산부(인천항만공사)는 부동산 가치를, 인천시는 사업성과를, 시민사회는 역사성에 기반한 기존상권 부활에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보니 갈등의 폭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인천지역사회는 오랫동안 해안친수공간 확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의 노력은 매우 미진했다. 시정부도 행정의 한계를 이유로 적극적 대처를 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천내항 도시재생사업은 중앙정부도 인천시도 인천시민의 요구에 화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는 지역정체성을 유지하며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이 시대변화와 환경변화에 의해 쇠퇴의 길을 걷다가 원기를 되찾고 뜻밖의 도시로 재창조된 도시들을 알고 있다. 일본의 요코하마와 호주의 시드니,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이다. 이 도시들은 임해공업 항구도시에서 쇠락의 길을 걷다가 도시재생으로 활력을 되찾은 대표적인 도시다.

인천내항의 도시재생 과정에 있어서 이 도시들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이 도시들이 성공적으로 도시재생을 이루기 위해 견지해 왔던 철학과 실천사항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각 도시들이 품고 있던 역사적•문화적인 지역정체성을 유지하였다는 것, 그리고 빛을 잃은 임해산업공간을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이번 인천내항 재생을 통해 중앙정부는 인천에 가했던 역기능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통큰 양보를 해야 한다. 시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참여형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인천내항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정체성이 유지되고 시민들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혁신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