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뉴욕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설적인 미술품 수집가 솔로몬 구겐하임이 1943년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16년만인 1959년에 개관했다. 구겐하임과 라이트는 미술관 개관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후 구겐하임 분관은 베네치아와 빌바오에도 세워졌다. 특히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랑크 게리가 티타늄판의 구조물로 50m나 치솟는 기묘한 형상으로 침체에 빠진 빌바오를 문화도시로 변모시켰다.

▶미술관 건물을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의뢰한 구겐하임의 예지는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2차 대전 후 프랑스 정부가 압류했던 마츠카다(松方) 컬랙션을 천신만고 끝에 돌려받은 일본 정부는 20세기의 대표적 건축가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1959년에 개관한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이 세계적인 대표적 미술관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화가들과 건축가들의 예술성을 융합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퐁피두 센터는 파리에 있는 프랑스의 국립현대미술관이다. 파리의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이자 유럽 최고의 현대미술관 복합공간인 퐁피두 센터의 설계는 49개국에서 681점이 출품된 국제설계공모전을 통해서 이탈리아의 피아노와 영국의 로저스의 공동 작품이 선정되었다. 당시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필자는 1972년 문화성 듀아멜 장관의 발표 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자국의 건축가를 제치고 외국인이 선정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의 문화적 개방성과 국제화가 무상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폴 게티 미술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재벌이 일생동안 수집한 기원 전 이탈리아의 미술품부터 인상파와 팝 아트의 진수를 볼 수 있는 흰 대리석으로 지어진 궁전 같은 건물로 리차드 마이어가 설계했다. 2014년 파리에서 개관한 루이뷔통 미술관은 프랑스의 대표적 명품 그룹의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프랑크 게리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현재 파리에는 안 이달고 시장의 권유로 아르노 씨와 쌍벽을 이루는 구찌 등을 소유한 명품 재벌 피노 씨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씨에게 설계를 위임해 현대미술관을 창조중이다. 스타 건축가들에게 미술관 설계를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조류로 자리잡은 셈이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계획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에 3백만 인구의 도시에 미술관이 없는 것은 한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천이 유일하지만 후발 주자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시립미술관에 전시할 작품들을 수집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연차적으로 실현하면서 송도 신시가지의 좋은 곳을 미술관 건립 대지로 확보했으면 한다. 지역 미술가와 국내외 전문가들을 포용하는 시립미술관 건립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의 문화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박남춘 시장의 결단이 기대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