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7개 구엔 2개 이상 깔렸으나 동구는 서울지하철 1호선 하나뿐
비싼 주거비 불구 서울에 보금자리…2015~2019년 전출 2199명 중 20~39세 1157명으로 과반
▲인천 동구 송림동 전경. /인천일보DB

 

왕복 4시간 출퇴근을 1시간30분으로 줄이려고 박민지(28)씨는 2년 전 서울 영등포에 원룸을 얻었다. 아침 알람이 오전 6시에 7시30분으로 미뤄졌고, 저녁 식사 시간이 오후 8시30에서 7시로 당겨졌다. 민지씨는 서울 강남구 한 디자인 관련 업체에 취직한 후, 6개월 정도 인천 동구 송현동 집에서 출퇴근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강남권역 월세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그나마 지하철 가까운 영등포로 정했다.

“동구 지나가는 철도가 서울지하철 1호선 하나다. 그나마 가까운 역이 동인천인데 버스 타도 10분은 더 걸린다. 그러고 나서도 지하철 환승을 세 번이나 해야 회사에 도착한다. 요즘 인천 곳곳에서 서울 접근성 높아졌다고 해도 동구는 아니다. 영등포에서 자취하며 월급 200만원 중 60만원을 월세로 지출한다. 우리집이 지하철 가까운 미추홀구나 부평만 됐어도 이 악물고 다녔다”고 민지씨는 말했다.

동구에 살면서 직장을 서울에 잡은 청년들은 민지씨처럼 너무 긴 출퇴근 시간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근처 인천 자치단체들도 서울과 멀기는 마찬가지지만 동구처럼 철도 선택지가 하나인 경우는 없다. 서울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인천 도시철도 1·2호선, 공항철도, 서울지하철 7호선 그리고 최근 완전 개통한 수인선까지 인천 곳곳에 철길이 깔리면서 동구를 제외한 7개 구에는 2개 이상 노선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 도움을 받아 동구에서 서울로 전출 간 인구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분석했더니 모두 2199명이었다. 연령 5세별로 25~29세가 17.6%(388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34세가 15.8%(349명)로 뒤를 이었다. 20~39세 청년들로 구분하면 총 1157명이다. 동구에서 서울로 간 최근 5년 치 인구에서 20·30대가 52.6%를 차지한다. 사회 초년생부터 10년 차 남짓한 동구 직장인들의 서울 유출이 잦다는 결과다.

반대로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동구로 전입 온 인구는 같은 기간 2088명으로 20~39세는 894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 5년 동안 인천 동구와 서울 전역 청년층 교환에서 동구가 263명 손해를 본 셈이다.

주변 미추홀구나 부평구, 남동구, 연수구 등지는 서울과의 인구 파워 게임에서 승리하는 해가 종종 있다. 실제로 2018년 미추홀구에서 서울로 전출 간 인구는 3928명인 대신, 서울에서 미추홀로 전입 온 인구가 4565명이었다. 동구만 유독 서울과 구도에서 서울 흡수력이 일방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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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김원진·이창욱·이아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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