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안나 경제부 기자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어느 계절보다 풍성해야 할 가을이지만 그 누구 하나 이번 계절을 즐기는 이는 없다. 지난 2월 늦겨울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사계절을 휩쓸었다. 차 안에서 즐기던 벚꽃놀이, 집콕으로 대체한 여름휴가에 이어 가족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기대한 이번 추석도 코로나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가을은 더욱 잔인하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확진자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부 업종들은 일정 시간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아야 했다.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은 기약 없는 휴업을 택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재확산 및 장기화로 느끼는 타격은 상당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 서비스업 등 전국 일반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96.4%가 코로나19로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매출 급감이 폐업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응답자의 절반(50.6%)은 사업장 전망에 대해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고 답했으며, 22.2%는 '폐업상태인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들은 스스로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부른다. 하루 노동의 대가로 가족들을 먹이고, 하루 흘린 땀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소상공인들은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묵묵히 희생으로 따랐다. 단순히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은 생계를 걸었다. 다음달 3일 또 다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그 자유가 생계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대규모 집회로 또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된다면, 소상공인들의 희생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잔인한 계절이 끔찍한 계절로 바뀌는 건 하루아침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