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문자 통해 귀성자제 독려 한창

코로나 막고자 익살스런 문구 폭소

"애들아 이번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 너희는 오지 말고 편히 쉬어라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추석 명절 자식과 손주를 맞는 고향마을의 정서까지 크게 바꿔놓고 있다.

"하루빨리 보고 싶다. 어서와라~" "반가운 아들· 며느리! 고향 앞으로" 등등의 환영 문구가 올해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엔 고향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문구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이들 현수막의 글귀들이 각 지역의 정겨운 사투리로 표현돼 눈길을 끌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휴를 앞둔 인천에서는 '아범아! 추석에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라는 익살스러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시청과 남동구청 일대에 내걸렸다.

현수막을 기획한 시 지체장애인협회는 "추석 연휴 거리 두기에 동참하면서 부모들의 아쉬운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해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거리에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역시 전남 완도에는 '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내려올 생각 말고 영상 통화로 만나자'라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렸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일동이 내건 펼침막에는 고향 방문을 두고 아들보다 깊은 고민에 빠질 며느리를 향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녹아들었다.

 

▲ 고향 방문 자제 호소. [완도군 제공]

 

충남 청양군 도로 곳곳에도 재치 있는 고향 방문 자제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플래카드에는 '불효자는 '옵'니다',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 배로 받을게',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등의 문구가 적혔다.

지자체들도 문자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는 SNS에 "삼춘! 이번 벌초 때는 내려오지 맙써!", "걱정말고 마스크 잘 쓰고 다닙써! 그래야 하루빨리 혼디('함께'를 뜻하는 제주 방언) 모이지 마씸~"이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지역 캐릭터인 해순이와 섬돌이로 만든 SNS 홍보물을 통해 ' 우리끼리! 안전하게! 마음으로!'라는 제주도 추석 방역 3대 수칙도 알렸다.

 

▲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올해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일선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문구 아래에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추석 명절 보내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등 주의사항을 덧붙였다.

경남 진주시는 최근 "부모님이 "야야 고향에 오지 말고 집에서 지내거라'라고 먼저 전화해 주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냅시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저절로 음성지원이 되는 친숙한 사투리', '센스 있게 재난 문자를 보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진주시 관계자는 "외지에 있는 자녀들이 선뜻 명절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으니, 부모님이 먼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자고 제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승신 기자 kiss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