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고등법원을 두고 있는 부산·대구·광주와 비슷하거나 많은 소송 건수와 인구를 보유한다. 그런데도 소송 당사자들은 서울고법으로 가서 항소를 해야 해 큰 불편을 겪는다. 재판을 받으려고 서울까지 가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소송기일도 늘어지면서 시민들은 '사법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인천고법이 생기면, 인천은 물론 경기 부천·김포·고양·파주 등지까지 포함해 인구 580만명을 관할하게 된다.

인천에선 이를 감안해 지금 고법 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 하나가 '인천시민 50만 서명운동'이다. 그런데 온라인 서명운동 후 3주째이지만,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다. 참여자가 목표치인 50만명의 0.2%(1040여명) 수준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홍보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데다 참여 절차도 번거롭다. 예컨대 서명운동이 시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다 보니, 별도의 신규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회원 접속 방식도 있지만, 이 역시 휴대전화나 아이핀(i-Pin)으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규 가입과 다를 게 없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겐 이런 과정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자 의정부시에서 벌이는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유치 온라인 서명운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의정부시는 아예 지난 7월부터 서명운동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서 신규 가입이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이름과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반면 인천은 그렇지 않아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불만을 산다. 홈페이지엔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만 단순히 나열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형편이다.

시는 동일인 중복 서명을 막으려고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다소 불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의정부시 서명운동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편리한 온라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인천의 서명운동 부진엔 복잡한 절차가 한몫을 하는 만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정책네트워크와 인천지방변호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마땅하다. '인천고법은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확보한 만큼, 시민들의 유치 운동만이 길을 열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