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1년에 영화는 몇 편이나 보시는지요?

아쉽게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때문에 영화관에 가실 일이 뜸할 겁니다. 영화관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즐기고 있는 영화팬들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에 연극은 몇 편이나 보시는지요?

아마도 1년 동안 연극 한 편도 보지 않으신 분들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연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2019년 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 연극 시장은 티켓 판매량으로 집계했을 때 74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743억원이면 꽤 큰 규모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연극 시장 743억원이 얼마 옹색한 규모인지, 시장에서 겨우 명맥만 잇고 있는 것인지는 우리나라 영화산업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한국 영화시장 전체규모는 6조1772억원, 관객 수는 2억2668만 명에 달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조사 발표한 '2018년 공연예술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연극은 연간 6068건의 작품이 4만6971일 동안 6만1912회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약 535만 명이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단하게 비율로 환산하면 티켓판매 매출은 연극이 영화에 1.2% 수준이고 관객 수는 연극이 영화에 2.3%에 불과합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연극 예술에 종사하는 일은 매우 배고프고 남들이 전혀 알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나마 연극 시장이 활기를 띠는 곳은 서울 대학로에 불과합니다. 사실 대학로를 제외하고 나면 타 지역은 연극 무대도 극단도 공연도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인천도 몇몇 상주단체와 극단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인천 공연예술의 맥을 잇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개항로 골목에 있는 문화공간 '플레이 캠퍼스'입니다.

1978년 인천 개항로(당시 경동)에는 '돌체 소극장'이 개관합니다. '돌체 소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소극장입니다. 인천 연극의 산실이자 모태였던 곳이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인천 연극이 침체기에 들면서 '돌체 소극장'이 자리를 떠나게 되고 오랜 시간 동안 비어 있게 됩니다. 다행히 2009년 '돌체 소극장'이 떠난 자리에 '플레이 캠퍼스'가 들어서게 됩니다.

▲ 1978년 개관한 '돌체 소극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소극장으로 인천 연극의 산실이자 모태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 '돌체 소극장'이 자리를 떠난 후 2009년 리모델을 거쳐 '플레이 캠퍼스'가 개관한다.

 

'플레이 캠퍼스' 장한섬 대표는 "처음 플레이 캠퍼스를 개관했을 때 연극 위주로 공연했지만 차츰 외연을 넓혀서 오페라와 록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말합니다.

'플레이 캠퍼스'는 개항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요양병원 옆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숨바꼭질하듯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대로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지만 '플레이 캠퍼스'가 있는 골목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인천 연극의 산실이자 모태였던 이곳 무대는 처음에는 얼음 공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옆에 사무 공간은 다방이 있었던 자리이고요. 이곳도 [뉴트로 인천봤씨유]에서 먼저 소개해드린 개항로 카페나 음식점들처럼 개항로 근현대문화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천 근현대문화의 추억이 깃든 곳인 만큼 이곳에서는 연극과 공연만 올리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배우가 되어 연극을 하는 '연극마실'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의 아마추어 극단들도 창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플레이 캠퍼스'에서는 길 오페라 4부작을 연속해서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플레이 캠퍼스'의 야심작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모든 대면 공연이 중단되는 불운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 장한섬 '플레이 캠퍼스' 대표는 연출가이자 문화 기획자이다.

 

▲ 오페라 '라보엠 캔들' 연습장면.

 

장한섬 대표는 "예술과 생활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국민이 모두 지치고 힘든 상황입니다. 국민이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이 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예술이 아닐까요? 코로나가 종식되어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이 하루빨리 다시 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기를 고대해봅니다.

고백하건대 코로나가 주춤한 사이에 '플레이 캠퍼스'에서 올린 오페라 '사랑의 약장수'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답니다. 도니체니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공연이었는데요, 이 오페라의 대표곡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들으며 옛 추억에 살짝 젖어보기도 했답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