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주간

수도권에서 고령자의 도시철도(지하철) '공짜 타기'는 강원도 춘천, 충남 천안•온양, 경기 여주•이천, 인천공항 등 장거리가 가능하다. 주민등록 연령으로 만 65세 생일이 지나면 실버카드를 발급받는다. 이른바 도시철도 무임승차권이다. 인천시는 시니어 프리패스(교통우대카드)다. 경로우대의 취지다. 몇 달 전 인천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무임승차에 따른 경영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해마다 5000여억원의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다.

65세 이상 고령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 등이 이용하는 비용이 포함된다. 국영철도 코레일은 무임 손실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전받는다. 도시철도 입장에서는 불평등이라는 시각이다. 공익서비스 제공의무(PSO) 관련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할 것 같다.

요즘 역연령(曆年齡) 65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평균수명이 연장됐다. 노화의 정도가 완화돼 노년의 사회적 활동 기간이 길어졌다. 이런 가운데 다시 노인 연령기준을 70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다. 이미 5년 전 대한노인회는 65세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사회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채택했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가를 위한 눈물겨운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노인복지정책의 연령기준을 70세로 조정할 필요성에 좀 더 가까이 갔다. 구국의 결단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노후가 창창하게 남은 소외계층 노인의 삶이 자칫 곡절을 겪을까 걱정이 앞선다. 노인복지 70세 적용을 가상한 미래로 가보면 노인일자리 사업, 기초연금, 국민연금, 진료비, 틀니, 임플란트, 예방접종, 고궁, 박물관 등 당장 눈앞에 놓인 각종 혜택을 유보해야 한다. 빈부격차는 점차 심화되고, 빈곤 노인들의 삶이 더 곤궁에 빠질 수 있다.

노인인구 800만 시대의 고령사회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된다는 의미다. 그만큼 노인부양 부담은 늘어나게 됐다.

조사 연도의 차이는 있으나 노인연령기준에 대한 '생각의 나이'는 대개 70대로 나타난다. 2017년 우리나라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연령 인식은 10명 중 6명이 70~74세라고 응답했다. 미국의 1988년 사회조사를 보면 75~84세를 '보통노인'으로 인식한다. 70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노인이나 노화에 대한 규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 출생년도가 같다고 노화 정도가 일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건강과 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노인 개개인의 실상이다.

노인복지법의 수혜기준 연령을 70세로 상향한다면 우선, 이동권에 제약을 받을 처지다.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다. 서구 국가들은 노인의 활동적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대중교통 서비스와 지하철 이용 편의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65세 이상 교통요금 할인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70세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되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액은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다.

1974년 8월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다. 1980년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운임의 50%를 할인받았으며 2년 후 노인복지법의 시행에 따라 65세로 낮췄다. 1984년 완전 무임 경로우대제도가 도입됐다. 모두 노인인구가 많지 않았던 시대다.

나들이는 사람들을 보고 만나며 심리적 안정을 꾀하는 수단이다. 고령자 나들이는 심신 건강에도 기여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노인연령기준을 높여 이동권을 제약한다면 또 다른 사회적 경비가 들지 않겠는가. 대중교통요금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고령자의 바깥나들이를 제약해서는 안된다.

노인의 이동성과 삶의 질은 긴밀한 관계다. 교통이용 이동성은 활동을 보장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다. 활동의 제한은 우울감을 높이고 우울감은 또 자살의 치명적 요인이다. 경제와 건강문제가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다. OECD 1위의 빈곤율과 자살률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경제적 장벽이 높은 노인들의 이동 수단 제공에도 벽이 없었으면 한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지 않아도 되게 노인의 상대적 빈곤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