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장

 

경기도가 직접 나섰던 안양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 이전 문제가 2년 동안 공전을 거듭했다. 오히려 이전을 요구해 온 주민들은 업체로부터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는 등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경기도와 안양시, 연현마을 주민 대표, 업체 등 상생 방안을 찾고자 구성된 '4자협의체'가 아무런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4자협의체 운영은 2018년 9월을 끝으로 멈췄다. 아스콘 공장 가동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과 조건적 가동을 주장하는 업체 간 입장차가 첨예하면서 만남 자체가 멈춘 것이다. 4자협의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안양시는 “협의 과정에서 양측 주장이 너무도 팽팽하다는 문제가 뒤따랐다”면서 운영이 멈춘 배경을 설명했다.

1급 발암물질이 나오면서 논란을 빚은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은 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임 후 첫 민생현장 방문지로 선택해 주목받은 곳이다. 당시 현장을 둘러본 이 지사는 “아파트 건설 등 공영개발을 하면 된다”며 해결책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공영개발 과정에서 공장 가동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4자협의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과 업체 모두 상생 방안을 기대했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4자협의체의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도와 시가 아스콘 공장을 이전하고 해당부지에 친환경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오는 2023년 마무리되는 탓에 업체 측은 이 기간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목소리를 낸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공장 인근 초등학교 학생 안전을 위해서라도 결사반대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이재명 지사의 민생현안 1호인 '안양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 이전'을 주도한 지역 주민과 관련 지방정부, 시의원 등이 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초등학교 인근 아스콘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이유로 공장 이전을 요구하자, 해당 업체가 집단민원으로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마을주민 모임 대표가 환경오염 피해를 주도적으로 주장하면서 공장 이전 및 폐쇄로 이어지도록 안양시를 압박했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또한 업체는 안양시장과 안양시의회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공장 이전을 목적으로 과잉 단속 등으로 372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문제의 발단은 아스콘 공장이 2017년 3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이 검출돼 그해 11월 경기도로부터 공장사용중지명령을 받으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지역 주민은 물론 학부모 역시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스콘 공장이 관련 법상 학교 앞 유해시설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업체는 시범가동을 하는 등 공장 운영을 틈틈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막고자 안양시가 단속 등에 나섰지만,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업체가 제기한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패했다. 경기도의 공장사용중지명령 역시 업체가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면서 공장 시험가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공장 가동과 중단을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자 이재명 지사가 4자(도•안양시•주민•업체) 협의체를 구성하고 상생을 목표로 한 공영개발사업 추진 카드를 꺼낸 것이다. 도와 안양시는 아스콘 공장을 이전하고 11만7000㎡ 부지에 공공주택(약 1200가구)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연현마을 인근 도로의 확장공사를 예고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결국 공공주택 대신 4만여㎡ 규모 친환경 시민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업체 측도 4자협의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도와 시가 중재에 나서 갈등을 조정하는 게 4자협의체 역할인데 정작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업체 관계자는 “4자협의체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4자협의체를 통해 조금씩 양보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를 건의하고자 도청을 찾기도 했다. 4자협의체를 만들어 놓고 정작 운영을 안 하는 도와 시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체는 학부모와 안양시 등과 대화할 의지는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결국 4자협의체가 2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여지를 준 셈이다. 그 시간 동안 연현마을 주민들이 살얼음판 생활을 이어왔다는 것을 짐작하면 도와 안양시의 적극 행정이 못내 아쉽다. 지금이라도 4자협의체를 재가동해야 한다. 서로 소통하면서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