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활주로, 중대형 민항기 수용 가능 … 시간·비용 가장 효율적
▲ 인천국제공항 1·2터미널 전경. /사진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 박남춘 인천시장이 23일 열린 인천공항경제권 추진협의회 출범식에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및 총 9개 기관 대표들과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박남춘 인천시장이 23일 열린 인천공항경제권 추진협의회 출범식에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및 총 9개 기관 대표들과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항공MRO 수요

2017년 기준 10년간 연평균 4.6% 성장 전망

코로나 여파, 신규 도입보다 수리·개조 늘 듯

국내 항공정비 기반 부족

2017년 외국기업에 비용 1조1700여억 지급

국내 MRO사업, 세계시장내 비중 1.5% 불과

'대상지' 경남 사천

인천보다 활주로 짧고 … 물리적 접근성 떨어져

국내 소형기·군용기 대상으로 경쟁력 키워야

'최적지' 인천

MRO클러스터 조성 부지·항공정비 역량 확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 발의 등 의지 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 재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까지 공항공사법을 개정,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친지역에서는 공항공사법 개정안에 항공산업의 주요 축인 MRO(수리·정비·분해조립) 사업을 인천공항공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정비사업 물량 확보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인천공항은 3.8㎞의 활주로를 보유한 인천국제공항은 국적 및 외국적 항공사의 중대형 민항기 수요를, 2017년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 항공 MRO 사업지로 선정된 경남 사천은 소형기와 군용기 대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 MRO

항공MRO는 항공기 안전 운항과 성능 향상 지원을 위한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 사업을 말한다. 항공기 부품을 만들고 그 부품을 조립해 항공기를 완성하고, 항공기를 무사히 운항할 수 있도록 정비·관리하는, 항공기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말한다.

국토교통부의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2020~2024)에 따르면 상업항공 MRO 수요는 2017년 기준 향후 10년간 연평균 4.6% 성장해 시장규모 1180억달러(한화 141조원 상당)에 이르며 엔진정비, 부품정비, 운항정비, 기체정비, 개조 순으로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지역 MRO시장은 세계시장의 30% 수준이며 2037년까지 38% 점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은 군수부문이 약 80%를 차지하고, 민수부문은 해외원제작사(OEM)의 하청수주에 의존해 채산성이 급격히 저하된 만큼 엔진, 부품 등 정비 기초 요소의 기술 개발 및 국산화를 통한 자립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 항공기 정비·수리·관리하는 MRO시장도 성장할 수밖에 없으며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며 MRO 사업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항공기 신규 도입이 지연되고 있으며 새 비행기를 제작·도입하기 보다는 기존 것을 고쳐서 더 오래 쓰거나 여객기를 화물기로 교체·개조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항공사 매출 비중이 높은 국제선 여객 실적이 전년 대비 97% 이상 감소 상태가 지속되는 등 항공산업이 최악일 때 항공 MRO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 정비 절반 이상 해외에 의존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점검하고 유지할 수 있는 정비기반의 부족으로 2017년 기준 연간 1조1700여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해외업체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017년 항공사별 항공정비 현황에 다르면 국내 항공사가 외국기업에 외주로 지출한 비용이 총 정비비 2조2793억원의 51%인 1조1733억원에 달한다.

부문별로는 항공정비의 핵심인 엔진·부품분야의 경우 1조405억원으로 전체 외주비용의 87%를 차지하며 이어 기체정비 965억원, 운항정비 362억원 등이다. 업체별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전체 6828억원의 정비비용 가운데 77%인 5257억원을 외주비용으로 지급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 자체 MRO 시설을 갖춘 대한항공의 경우 1조1846억원중 33%인 3968억원을 외주비용으로 저비용항공사(LCC)는 4119억원중 61%인 2508억원을 외주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MRO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유럽이 62%,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21%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가 된다. 우리나라 해외 운송시장이 세계 6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국부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유럽은 물론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레이트와 같은 신흥 항공강국들이 앞다퉈 항공 MRO 사업에 전력하는 사이 한국은 규제 중심의 산업이자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일대에 MRO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165만㎡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 놓은 상태며, 정부의 공항공사법 개정안 추진과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인천공항공사의 MRO 사업을 위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공항수용능력, 활주로에 주목해야

강동준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위원은 “항공 MRO 산업 입지 선택 시 고려 요인은 비용, 지역성, 부지, 노동력, 물류 연결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전 세계 85개 항공사들이 집결되는 인천공항은 추가 이동이나 시간 제약 없이 항공사들의 비용과 직결되는 정비소요시간(TAT:Turnaround Time)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곳”이라며 “공항경제권 구현을 위한 지역 내 관계기관의 추진 의지 역시 강하다. 인력수급, 근로자 정주여건, 항공 정비부품 수송을 위한 육해공 물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인천공항은 최적지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의 MRO 집적화가 필수적인 것은 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이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중대형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천공항의 활주로가 2.7㎞에 불과해 중·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해 인천국제공항의 비행기를 직선거리만 300㎞가 넘는 경남 사천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동준 연구위원은 “대상지인 사천공항의 활주로는 2.7㎞로 중대형 민항기 이착륙이 어려워 항공정비사업 물량 확보에 제한이 존재한다. 인천공항은 3.8㎞의 활주로가 건설돼 있어 사천공항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국적 및 외국적 항공사의 중대형 민항기 수요를 충분히 맡을 수 있다. 사천은 국내 저가항공사의 소형기와 군용기 대상으로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고 밝혔다.

최정철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인천국제공항은 2019년 항공여객 7117만명으로 세계 14위권이며, 2024년 1억명이상의 처리능력을 갖춰 이미 세계 20위권의 항공정비(MRO)역량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우리 항공기 정비물량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정비와 수리를 받고 있다”며 “항공정비(MRO) 국제수요가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대형격납고, 항공엔진정비공장, 항공부품정비공장 등을 조기에 확대해 국고손실을 막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수요가 증가할 아시아의 허브공항이며, 대형항공기가 뜨고 내리기에 충분한 활주로를 갖춘 인천국제공항에 이미 항공정비단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부족해 제2의 항공정비단지를 확대하기 위한 부지 조성에 나선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활동이다. 이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지연시키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며, 미래 먹을거리인 항공정비산업클러스터의 발전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실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