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무거워질 때마다 섬이 나타나 응원했다

7구간은 쪽박닮은 쪽박섬 시작으로
갯가 고기잡는 돌담 가득 '메추리섬'
바다 단풍 칠면초 절경 '고랫부리섬'
유리섬까지 해안 따라 섬 구경 재미
대부도 고랫부리선착장에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정박돼 있다.
대부도 고랫부리선착장에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정박돼 있다.

경기 바다에도 섬이 많다. 경기도에 위치한 65개의 크고 작은 섬은 1000년의 역사와 함께 모진 풍파 속에서도 그 자리에서 깎이고 닦이며 자리를 지켜냈다. 흘곶마을회관부터 대부 해솔길 4코스 종점까지 이어지는 경기만 소금길 7구간에서는 경기도의 섬을 만난다. 
 

경기만 소금길 7구간
○흘곶마을회관-쪽박섬-메추리섬-대부해솔길 4코스 종점(유리섬)
○거리 : 13.9km
○난이도 : 중하
 

길가에 강아지풀이 바람따라 살랑거린다.
길가에 강아지풀이 바람따라 살랑거린다.

#대부도의 숨겨진 보석, 흘곶

경기만 소금길 7구간의 첫 걸음은 대부도의 최남단, 흘곶마을회관에서 시작된다. 흘곶마을은 남쪽의 끝 뿌리라는 의미에서 흘곶(訖串)이라 지어졌다. 이 흘곶마을에는 해학이 담긴 지명들이 많다. 큰말 아래쪽을 아랫모퉁이라 부르는데 이는 산모퉁이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또 북골은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 붙여진 이름이며 집너머는 큰말 뒷산 너머 마을로 간척지가 조성되면서 새로 생긴 마을 명칭이다. 또 큰말에 못 미쳐 형성된 씨름터라는 지명은 씨름을 하던 평평한 터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흘곶은 대부도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방아머리나 구봉도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개발이 되지 않은 탓에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풍광이 바쁜 일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흘곶에서는 포도밭 너머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바다가 있는 곳까지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쪽박섬을 마주하게 된다. 이름도 재밌는 이 쪽박섬은 섬의 모양이 쪽박처럼 생겼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쪽박솔섬으로도 불렸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이 곳은 고요하고 평온하게 바다와 마주하고 있다.  
 

쪽박섬에서 바라본 메추리섬 풍경.
쪽박섬에서 바라본 메추리섬 풍경.

#여전히 돌살 어업하는 메추리섬

쪽박섬이 있는 곳에서 저 멀리 메추리섬이 보인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돼 있는 도보길을 걷다보면 깨진 조가비가 쌓인 모래밭도 만나고, 길가에 쑥 자라 있는 강아지풀과도 인사하게 된다. 파도소리는 벗이 된다. 걸음이 지쳐 갈 무렵 메추리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섬의 모양은 메추리의 부리를 닮아있다. 메추리섬에서는 종종 갯가 주변으로 돌담이 둘러싸인 것을 볼 수 있다. ‘돌살’이라 불리는 이것은 대부도 지역의 전통어업 방식이다. 밀물 때 돌살 안에 들어온 고기를 썰물 때 거두어 들이는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한 돌살어업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오래된 어업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심이 얕고 만(灣)이 발달한 서해안에서 주로 이용됐다. 20세기 들어 싹쓸이 어법의 성행으로 연근해 어족이 감소하고, 산업화로 갯벌이나 모래밭이 줄어들면서 돌살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메추리섬 해안 풍경.
메추리섬 해안 풍경.

메추리섬을 빠져나와 고랫부리섬까지 이어진 해안가를 걷다보면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게가 속속 얼굴을 내밀며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진홍빛 배롱나무꽃도 짙은 녹색 속에 이르게 피어 손짓한다. 어디서부터 쫓아왔을지 모를 시골 검둥개도 여행자를 반긴다. 대부도 남쪽에 둘러싸인 남리갯벌에는 칠면초나 함초 등 염생식물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또 십각목 달랑 게 과의 절지동물인 ‘흰발농게’는 안산 대부도 낙섬을 비롯해 남리갯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멸종위기종의 야생 생물이다. 간척사업에 의해 대부분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남리갯벌의 식생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칠면초 군락지와 일대는 해양생태계 보호와 해양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 국가연안습지보호구역이자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대부도 고랫부리섬에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대부도 고랫부리섬에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섬마을 선생님’이 살고 있는 곳

걷다보면 대부도의 또 다른 섬 고랫부리섬이 등장한다. 이 섬이 고랫부리섬으로 불리는 데는 2가지 설화가 전해진다. 뾰족한 섬의 모양이 고래의 입을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는 설과 고래 부리와 비슷한 형상을 가진 바위가 있어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고랫부리 연안에서는 칠면초가 자라난다. 바다의 단풍이라 할 만큼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칠면초가 절경을 이룬다.

고랫부리섬을 지나 유리섬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4km이다. 대남초등학교 앞을 지날 땐 이제 막 제막식을 마친 듯 빤질빤질한 노래비 하나가 세워져 있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히트곡인 ‘섬마을 선생님’의 노래비다. 1965년에 발표된 섬마을 선생님은 19세 소녀가 섬을 떠는 총각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다. 실제 가사 속 인물인 ‘총각선생님’의 주인공은 서강훈(83)씨로 1960년 군에서 제대 후 대남학교로 발령돼 교사로 근무했다. 이를 모티브로 희대의 히트곡 ‘섬마을 선생님’이 탄생하게 됐다. ‘섬마을 선생님’은 현재 대부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제공=안산시

 


 

[길위에서 만난 사람] 대부도 고랫부리섬 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강정미 이사

"지역특산품 망둥어·칠면초로 만든 '해솔길 도시락' 기대해 주세요"

대부도 고랫부리섬 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강정미 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부도 고랫부리섬 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강정미 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랫부리섬은 500명이 살고 있는 작디작은 어촌마을입니다. 대부도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섬이지요. 지역특성을 살린 이색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광 활성화를 통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대부도 고랫부리섬 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강정미(58) 이사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채로운 지역활동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마을에 새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근 20년간 개발의 손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고랫부리섬에서는 지역 특성을 살린 이색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강 이사는 지역민들의 대다수가 고연령대의 노인이라는 현실을 감안, 지역 어르신과 함께하는 ‘대나무 낚시대 만들기’ 체험이나 ‘망둥어 낚시‘, ‘함초만두’ 등 염생식물로 만드는 요리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장학습을 오는 어린이 청소년들이나 관광객 대상으로 우리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하면 좋겠단 생각이었죠.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대로 고랫부리섬에서 이색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마을공동체 강사로 활동해 왔던 강 이사는 이력을 살려 대부도 여행객들을 위한 ‘공정여행’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공정여행 교육은 대부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방문객들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에 대해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어민들의 조업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어패류의 채취 금지 등 여행자가 지녀야 할 올바른 태도나 자세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지요.”

연 8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수도권 제일의 관광명소답게 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에서는 9월 중순께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해솔길 도시락’을 선보일 계획이다.

망둥어나 칠면초 등 지역특산품으로 맛을 낸 도시락을 대부도 거점지역에서 판매한다. 해솔길 도시락은 대부도 구봉도 종현어촌체험마을 매점과 고랫부리섬 갯벌장터, 대부광산잔디마을에서 맛볼 수 있다.

“코로나 여파로 식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여럿이 먹는 음식보다 혼자 먹는 음식이 각광받고 있어요. 위생적이고 건강한 해솔길 도시락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준비물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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