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식 UN지속가능발전교육인천센터 선임연구위원

'라떼'는 말이야… 끼니 걱정하던 1960년대는 아파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방이 4개 정도 딸린 다가구 주택엔 방마다 한 가구가 살던 도시 셋방살이도 많았다. 세면은 마당에서 하고, 공동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세면과 배변은 장사진을 피해 해결하던 기묘한 살림살이였다.

그 세월을 잘 지탱하고 극복해 이제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빈곤한 살림살이 가구도 각종 사회복지 정책으로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도움이 됐다.

최근 공영방송에서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해외 아동이나 북극곰을 살리자는 후원모금 캠페인이 자주 방영된다.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시스템까지 지원하는 어엿한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유신독재를 거쳐 10·26, 5·17, 6·29, IMF 구제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은 세대는 현재의 자유와 경제수준이 기적처럼 생각될 것이다. 자유 민주와 함께 경제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초 단위다. 누군가는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유와 민주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역사의 과정이다. 그런 양면이 갈등과 토론, 조정을 거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여파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다. 자영업의 폐업이 이어지고, 제조업·여행·문화 관련 산업 등이 줄줄이 위기에 몰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를 두고 '네 탓이오' 공방이 드세다.

여당에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의 책임이 과거 정부와 집권당에 있었다고 한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집권하고서 부동산 정책을 23번이나 변경하고도 서울 아파트 가격을 52%나 상승시켰다고 주장한다. 비단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이슈가 되는 사안마다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서 '네 탓이오'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 '언론 탓'이고, 심지어 언론끼리도 '네 탓이오'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는 당연히 코로나 '네 탓'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지만, 6·25, 일제 강점기, 동학혁명, 심지어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역사적 과오에 대한 '네 탓이오'도 심심치 않게 펼쳐진다. 잘한 것은 '나와 우리 덕분'이고, 잘못된 것은 '네 탓이오'다. 국민들은 '네 탓이오'보다는 오류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정책'을 원한다.

올해 2학기에도 코로나로 인한 대면과 비대면 수업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1학기 초기의 우왕좌왕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비교적 안정됐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 1/3 출석 등 전체 등교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산적해 있다. 비대면 수업의 비중이 높으면 이른바 '부모 찬스'를 갖고 있는 학생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생활환경에 따른 불평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학교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책의 우선순위에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이 좌절, 분노하지 않고, 마음껏 능력을 펼쳐나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상 공익이 아닌 사익, 전체가 아닌 '편 가르기'는 국론 분열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몰고 왔다. 남북분단 72년, 대한민국에서 현재 벌어지는 극한 대립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1990년대 고 김수환 추기경과 천주교 신자들이 주창한 '내 탓이오' 운동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