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준 인천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위원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여객운송 세계 5위, 화물물동량 세계 3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 85개 항공사가 61개 국가, 191개 도시를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성장해 왔으며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세계의 여객과 화물이 집중되는 세계의 관문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여객 급감으로 세계 각국 공항은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향후 글로벌 공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산업이 있다. 바로 항공 MRO 산업이다. 이는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성능향상 지원을 위해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을 수행하는 산업을 말한다. 글로벌 톱(TOP) 10 공항 중 항공 MRO 클러스터를 보유하지 못한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최근 항공 MRO 산업과 관련해 인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항공 MRO 사업의 최적지로 인천공항을 꼽고 있다. 필자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필요한 법이다. 항공 MRO 산업 입지 선택 시 고려 요인은 비용, 지역성, 부지, 노동력, 물류 연결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전 세계 85개 항공사들이 집결되는 인천공항은 추가 이동이나 시간 제약 없이 항공사들의 비용과 직결되는 정비소요시간(TAT:Turnaround Time)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곳이다. 공항경제권 구현을 위한 지역 내 관계기관의 추진 의지 역시 강하다. 인력수급, 근로자 정주여건, 항공 정비부품 수송을 위한 육해공 물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인천공항은 최적지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국토교통부는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 지원 항공 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대상지인 사천공항의 활주로는 2.7㎞로 중대형 민항기 이착륙이 어렵다. 즉, 항공정비사업 물량 확보에 제한이 존재한다. 인천공항은 3.8㎞의 활주로가 건설돼 있어 사천공항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국적 및 외국적 항공사의 중대형 민항기 수요를 충분히 맡을 수 있다. 사천은 국내 저가항공사의 소형기와 군용기 대상으로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

공항 간 경쟁은 이제는 국내 지역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이다. 항공 MRO 시장은 더욱 그렇다.

세계 주요 공항은 이미 항공 MRO 산업을 육성하여 성숙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신규 진입하는 후발주자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운송산업은 세계 종합 6위 수준임에도 항공 MRO 산업 점유율은 전 세계 시장의 약 1.5%에 그치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해외 외주 항공정비 물량은 전체 정비물량의 54%, 연 1조4000억 원에 달한다. 국적 항공사 정비시장과 외국적 항공사 정비 수요를 동시에 잡을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 12월 정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인천공항, 김포공항, 사천공항에 특화된 MRO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범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아 항공 및 공항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를 타개할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타깃의 범위와 구색을 최대한으로 확장한 'all things to all people'(모든 사람의 비위를 다 맞추려 들다는 뜻)을 지향하는 전략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하다. 전략의 본질은 선택과 집중의 기술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인천공항이 항공 MRO 사업의 최적지임에 틀림없다. 이미 시장과 우리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