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영 김포시장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 강성대국을 꿈꾼 김구 주석께서 '백범일지'에서 하신 말씀이다.

인류학자 아담스(Adams)도 진정한 선진국은 강력한 군사나 경제대국이 아니라 '문화대국'이라고 했다. 문화가 바로 그 나라와 도시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포는 양적 개발만능시대, 성장제일주의가 선호되던 시기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소프트웨어, 즉 문화가 그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중국의 저명한 도시문화 전문가 양둥핑은 중국도시의 경쟁 현황을 이렇게 평한 바 있다. “중국의 183개 도시가 국제화 대도시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몇 개 도시에 불과하다. 이제는 경제 분야 외에 새로운 경쟁 좌표가 등장했으니 바로 소프트 파워라 불리는 문화경쟁력이다.” 문화가 도시의 본질적 패러다임으로 등장했음을 언급한 것이다.

내가 평소에 원했던 도시의 모습을 만들 기회가 생기고 도시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면 이것만큼 확실한 행복이 또 있을까? 지속가능한 도시의 원동력이고 사회 혁신으로 새로운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돕는 것도 문화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김포의 문화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문화시설 1개소당 인구가 1만 125명인데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95위에 해당할 정도다. 그러나 김포는 한강하구 일대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대한민국 유일의 평화문화 자산, 잘 보존된 자연생태와 젊은 문화수요층까지 문화적 잠재력이 우수한 도시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자. 1960년대까지 매우 낙후된 지역이었던 일본의 '유후인(由布院)'은 지금 일본인들이 평생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휴양지로 변모했다. 그 바탕에는 대도시로 나갔다가 낙후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젊은이들과 그들을 믿었던 주민들의 결단은 물론 내생적인 문화적 개발철학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일 에센의 '졸페라인(Zollverein)'도 그렇다. 탄광도시였던 졸페라인도 탄광산업이 활력을 잃으며 쇠락을 거듭했지만, 혁신적인 건축문화와 예술적 창조성을 더한 문화공간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문화도시 지정은 김포를 대한민국의 유후인, 경기도의 졸페라인으로 만들기 위한 시발점이다. 올 연말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2022년부터 국비 100억원을 더해 확실한 '문화행동도시 김포'를 만들 계획이다. 4개 분야 19개 사업에 총 198억 원을 투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컬처노믹스 즉 문화의 상품화와 창의적 차별화로 문화가 경제력이 되는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또 일상에 문화가 살아 숨 쉬도록 문화예술 활동공간을 조성하고 시민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김포만의 독창적인 문화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김포 전역에서 문화행사가 넘쳐나고 창작활동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창의문화시민도 양성한다. 문수산성, 문수산, 덕포진, 조강 등 김포의 평화문화 관광자원은 스토리를 살려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 문화행동도시가 실현되면 원도심은 활력을 찾고 마을단위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이웃들은 문화로 하나 되고 문화원형을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로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 뉴욕주의 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시작됐지만, 시민의 힘으로 20세기 대중음악사상 가장 성공적인 축제로 손꼽히게 됐다. 문화로 시민이 일상에서 행복한 도시, 그것이 바로 김포가 꿈꾸는 문화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