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경기 남부취재본부 부장

화성시가 지난 2∼4월 코로나19 방역물품을 구입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지난 6월 화성시의회 행정사무감사와 7월 감사관 감사를 통해 일부 비위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모든 사실이 규명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몇 달 전으로 시계추를 뒤로 돌려보면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조차 마스크 구입에 애를 태울 만큼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화성시도 이런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시는 일반회계 예비비와 재난기금 가용 예산을 이용해 마스크 등 방역물품 구입에 나섰다.

예비비의 경우 입찰 과정을 통해 마스크 사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했다. 그래서 동원된 것이 재난기금이었다. 재난 상황을 고려해 금액과 관계없이 수의계약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4월 재난기금 1억4316만원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마스크 50만7600장을 구입했다. 4차례는 수의계약으로, 한차례는 수량(1600장)이 적어 계약과정 없이 구입했다. 마스크는 공공기관과 복지기관, 경로당에 무료 배포됐다.

그러나 시의 마스크 구입과정을 들여다보면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시는 지난 2월 A 광고기획사로부터 일회용 마스크 38만6000장(단가 220원)과 손 소독제 1만6700개 등을 수의계약으로 2억2000여만원에 구입했다. 시는 지난 2월4일 계약이전인 1월31일쯤 첫 마스크 3000장을 납품받은 것으로 시작으로 2월 중순까지 수차례에 걸쳐 38만6000장을 납품받았다. 시는 납품을 완료하지 않은 같은 달 6일 A 업체에 대금을 선불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납품받은 물품에 대해 제대로 검수도 하지 않아 실제 마스크가 일회용인지 덴탈 마스크인지도 구분 못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광고기획사는 도소매업을 할 수는 있지만, 마스크를 전문으로 하는 유통업체가 아니었다. 더욱이 이 업체 대표가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3명이 소속된 민주당 당원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이밖에 수의계약으로 마스크를 납품한 B, C 업체도 마스크 전문 거래업체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B 업체 사업장 주소가 동탄신도시 아파트인 것으로 드러나 여러 억측이 난무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마스크 구입에 대해 뒷말은 많은데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시 감사 결과도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의회와 시는 유행가 노랫말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묻어버리는 듯싶다. 그 이유가 지난 3월19일 감사원이 경제위기와 재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해 폭넓게 면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사원 입장이 나오기 전에 벌어진 화성시 행태까지도 면책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시는 방역물품 마스크 구입 과정 여러 의혹을 보다 명확하게 진상규명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의회 조사특별위원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아니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잘못을 규명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런 잘못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우린 역사에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가 추진 중인 코로나19 백서에도 이런 내용을 조선 시대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처럼 잘잘못을 꼭 기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