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용 D램 시장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 부정적 전망 늘어
코로나19 재확산에 미중분쟁까지 악재로…"단기 조정 불가피"

 

▲ [연합뉴스TV 제공]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고 2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안 좋다는 우려가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 등 정치적 이슈까지 확대되면서 반도체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는 데는 일차적으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내놓는 실적과 전망치들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서다.

낸드플래시 공급사인 미국 웨스턴 디지털(Western Digital)이 발표한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37억∼39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컨센서스)인 44억달러를 밑돌았다.

당초 시장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회사가 보는 실적 전망치가 더 나쁘다는 의미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발표한 7월 매출은 미국 제재로 인한 중국 화웨이 물량 감소 영향까지 작용해 전월 대비 12.3% 하락했다.

대만의 D램 공급회사인 난야테크의 7월 매출 역시 전월 대비 7.8% 떨어졌다.

미국의 D램 업체 마이크론도 최근 진행한 투자 컨퍼런스에서 9∼11월 매출이 당초 회사의 가이던스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은 하반기 들어 서버용 D램 등 기업 고객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도 더 감소한 때문이다.

서버용 D램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모바일(스마트폰) 판매 부진 속에서도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증설 덕에 반도체 기업은 호실적을 누렸다.

그러나 서버 업체들의 선주문으로 재고가 쌓이고, 하반기 들어 D램·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D램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서버 제조 업체들의 현재 재고 수준이 6∼8주분으로, 평균 5주를 유지했던 1분기보다 많아 재고 소진에 대한 압박이 큰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서버 업체의) 구매 속도가 줄어들면서 D램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 감소로 인해 D램 현물가는 물론, 기업 간 거래가격인 고정가격도 이미 지난달부터 일제히 하락세다.

이에 증권사들도 하반기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메모리 구매 수요가 예상보다 더 약하다"며 "하반기 세트 제조사들이 추가로 구매를 확대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 반도체 수요는 예년의 계절적 효과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과 미중분쟁도 반도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노트20 시리즈 등 신제품을 앞세워 상반기에 부진했던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섰고, 애플도 10일께 신형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며 연초의 유통매장과 공장 셧다운(폐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현되면 스마트폰 시장의 급반등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하반기 신형 게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도 클라우드 기업들의 서버용 D램 재고가 충분한 상황에서 서버와 함께 D램의 양대 수요처인 모바일 수요가 저조하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중 분쟁도 변수다.

미국은 최근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통해 규제 대상을 화웨이가 설계한 것뿐 아니라 전체 반도체로 광범위하게 확대했다.

제재 대상에 메모리 반도체가 포함될 경우 메모리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대 고객 중 한 곳인 화웨이에 대한 납품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내년에 반도체 시장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트렌드포스는 "D램 수요 감소는 다른 (반도체) 제품의 가격 하락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