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체계적 결합체” 파기환송
동일사건 수사 긍정적 영향 전망
외부 사무실을 두고 직책과 역할을 정해 중고차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은 '범죄집단'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번 판결이 중고차 사기 조직에 대한 검경 수사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2명의 상고심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인천일보 2019년 11월10일자 온라인판)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인천에서 무등록 중고차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인터넷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올려 선량한 시민들을 유인하는 수법으로 중고차를 팔아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조직 대표인 A씨를 정점으로 팀장·딜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나누고 사기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외부 사무실에 모이고 지각비를 걷는 등 구성원 행동을 구속하는 내부 규율이 있었던 점, 대표가 구성원들에게 업무 전반적 사항까지 일방적으로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로 봐야 한다”며 국내 처음으로 중고차 판매 조직에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1·2심은 이들의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범죄단체조직 혐의는 무죄로 봤다.
2심의 경우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하나의 범행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들은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으나 '범죄집단'으로는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역할 분담, 범행 수법, 수익 분배 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사기 범행이라는 공동 목적 아래 일을 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은 대표·팀장·출동조·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 분담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에서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 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범죄의 계획·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만 갖추면 되는 것으로, 2013년 당시 형법 114조에 추가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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