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모자 사망 사건 1주기

극단적인 빈곤 상황에서 탈북
한국서도 노동시장 참여 못해
정확한 실태조사 이뤄져야
▲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8월 12일, 국회에서는 '탈북 빈곤 한부모 실태 및 정부 대책 평가와 전망'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비극적인 탈북 모자 사망 사건

2019년 7월 31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어머니 한모(42) 씨와 아들 김모(6)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마지막 통장에 남아있던 3858원도 모두 인출한 상태였다.

한 씨는 숨지기 전 뇌전증을 앓던 아들을 돌보느라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 환자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을 집에 가둬둔 채로 하루 한두 시간 임시 일자리 수입으로 연명하던 한 씨는 한달 9만 원에 불과한 임대료를 수개월째 내지 못했고, 각종 공과금도 미납했다. 구청을 찾아가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한 씨가 구할 수 없는 서류를 요구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한 씨 모자의 일상을 알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먹지 못해 굶어 죽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 광화문에 차려진 분향소에 수천 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분향소를 찾은 한 탈북자는 “우리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왔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굶어서 죽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탈북민 실태와 복지문제를 경쟁적으로 조명했다.

정부는 2019년 9월 2일, '탈북민 생활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망 사건 1주기 정부 대책 평가 토론회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8월 12일, 국회에서는 '탈북 빈곤 한부모 실태 및 정부 대책 평가와 전망'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설훈(경기 부천을) 국회의원과 민주당 북한이탈주민특위, 육아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1부 순서에서는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탈북 빈곤 한부모 가정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지원방안'에 이어 이성재 통일부 정착지원과장, 송용욱 경기도 평화기반조성과장의 발표가 진행됐다.

김화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은 2부 토론에는 △박명숙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이사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탈북 여성들

이윤진 연구위원은 “대다수 탈북여성들은 극단적인 빈곤 상황에서 탈북을 하지만 한국에 온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3월 현재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은 모두 3만3천여 명에 이르며, 이중 여성이 72.1%를 차지하고 있다.

탈북여성들의 연령은 20~40대가 대부분인데 자녀가 있는 경우가 88.9%에 이른다.

이들 탈북여성은 육아부담으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탈북여성들이 취업의 장애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육아부담(43.8%)이며, 이는 두 번째 요인인 편견차별(12.6%)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 탈북 빈곤 여성 문제 해결 방안은 '고용 활성화' 정책

탈북 여성들은 출산 직후부터 일자리를 구하고 분유와 기저귀 구입비를 충당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어린이집과 학교를 보내는데도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이 연구위원은 “탈북여성들은 주로 자신의 소득과 사회보장 급여로 생활을 하는데, 입국 이후 5년이 지나면 기초생계비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며 이때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탈북 빈곤 여성을 줄이고 한부모와 그들 자녀들의 생활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은 고용”이라며 “한부모의 고용 참가율을 제고하기 위한 고용 활성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탈북민 정책의 문제점

감사원이 지난 3월 공개한 감사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고용노동부에 탈북민의 직업훈련 결과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 취업 보호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통일부는 관련 정보를 고용노동부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 한부모 가정의 실태조사도 실시하지 않아 이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전무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탈북 여성, 탈북 가정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데이터가 없다는 것은 정부가 이를 간과했거나 묵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예영 이사장은 “남북하나재단은 해마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관련 실태조사에 적지 않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탈북 한부모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성재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탈북 모자 사망 사건 이후 취약계층 전수조사를 2019년 2회, 2020년 1회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와 함께 △탈북민을 일반 복지지원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편성 △탈북민 정책 협의·조정·심의기구인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성별 고려 △남북 하나재단, 하나센터의 지원업무 개선 △탈북 빈곤층에 대한 양질의 공공일자리 확대 등이 제안됐다.

 

더불어민주당 설훈(경기 부천을), 같은 당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국회의원 등 ‘탈북 빈곤 한부모 실태 및 정부 대책 평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글·사진 정찬흥 논설위원·평화연구원 준비위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