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은 필요로 하는 장비, 물자, 시설, 용역을 획득해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 공급함으로써 공공기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일이다. 경기도가 도정의 핵심 가치인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형 공정조달시스템의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경기도는 지난달 초 합리적인 경쟁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체적인 조달시스템의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중에 동일한 품질과 성능규격의 물품임에도 시장가보다 훨씬 비싸게 조달 가격이 형성되는 등의 문제 의식에서다. 조달 가격이 치열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는 일반 물가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국회에서 '공정조달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도 열었다. 공정조달 개발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자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정부 재정 운영의 자율성이나 효율성 제고 등의 이유로 새로운 조달시스템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쟁력 확보, 조달 시장의 이원화 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율성과 관련, 참석자들은 조달청에서 지방정부의 조달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기본적인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조달 분권화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 등에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방조달 분권화는 단순히 조달 수수료 절감이 아니라, 지방정부 조달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효율성 등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정부의 조달시스템 이용률을 높이려면 입찰 수수료와 계약 소요기간 등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조달에 비해 수요자 중심의 편의성을 확실히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중앙정부 통합의 조달 행정은 분명히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시장에서 자유경쟁으로 형성되는 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조달가격은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왜곡된 가격구조하의 조달체계는 기업들의 시장 경쟁력 제고 노력을 해치기도 한다. 경기도형 공정조달시스템은 스스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시민 세금을 아껴 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