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CMO 열풍'이 몰아친다. 국내 의약품 위탁생산(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양대 산맥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으킨 바람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인천시와 송도에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과 연구소 유치, 원부자재 국산화 등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4공장 건설에 2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 10만평 부지를 새로 확보하고 바이오벤처를 키우는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든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바빠졌다. 인천을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송도 바이오헬스 밸리 조성사업은 박남춘 시장이 후보시절에 내건 핵심공약이다. 그렇지만 공약이 실현되려면 인천시만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바이오 기업의 투자가 선행돼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 계획을 밝혔으니 박남춘 시장이 능력을 보여줄 시점이다.

박남춘 시장 지지도는 민선 7기 출범 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쓰레기 매립장 처리, 수돗물 '적수 사태'와 유충 문제로 좀체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월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는 15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의 재선은 장담하기 어렵다.

인천은 전략산업에 목말라 왔다. 일부에선 공항과 항만이 인천의 전략산업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부인하지 않겠지만 굳이 동의할 마음도 없다. 공항과 항만은 인천 경제에서 한 축임이 분명해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인천시의 뜻이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는 공항과 항만은 국가 인프라일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인천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전략산업 육성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드디어 반전의 기회가 왔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던진 'CMO 열풍'이 실마리를 제공해 준 셈이다.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던 전략산업이 모멘텀을 잡은 것이다. 줄곧 바닥권을 맴돌던 박남춘 시장 지지도에도 반등의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바이오는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이다. 어떤 산업보다 미래가 유망한 분야다. 더욱이 인천 인구 감소의 빌미를 제공한 양질의 일자리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실리콘밸리는 4000여개 기업이 모여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 상징이다. 애플, 페이스북, 인텔 등 수많은 유명기업을 배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대기업·벤처 2000여개와 MIT 등 주요 대학, 대형 병원이 입주해서 바이오 클러스터 진면목을 보여준다.

인천시의 임무가 막중해졌다. 셀트리온이 포부를 밝혔듯이 인천이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의 투자만으로 부족하다. 기관, 대학, 병원 연구소, 기업이 모여 시너지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생태계 조성이 미흡한 인천에 유관 기관과 기업 유치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을 열고 움직일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혜택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오가 인천의 전략산업으로 정해졌다면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2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천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팔짱 끼고 구경만 하지 않도록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한다. 시기와 이유 없는 방해로 발목이 잡혀서도 안될 일이다.

바이오헬스 밸리 조성은 박남춘 시장의 후보 시절 핵심공약이다.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시민과의 약속이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좌고우면 않고 성공만을 위해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온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진심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전해지게 마련이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