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부터 1945년까지 대한 독립에 이르기까지 35년간 경기지역에서 수많은 민초가 일제 억압에 항거했다. 광복 75주년인 오늘, 그들의 열망과 아픔을 간직한 장소 대부분이 무관심 속에 사라졌다. 민초들이 내 지역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일제에 맞서 싸웠는지 알 수 있는 관련 사료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독립기념관이 찾아낸 경기도내 항일 등 독립운동 사적지는 전국 1439곳 기준으로 16%인 234곳이 있다. 중국지역에서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한 용인시 원삼면 죽능리에 있는 오광선(1896∼1967)의 생가는 수풀 등이 우거져 방치돼 있다. 이곳이 집터였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의병 활동이 치열했던 용인시 백암리의 백암장터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이규채 선생(1888~1948)의 포천군 가산면 방축리 생가는 공장으로 변했다. 이처럼 역사가 무색하게도 항일운동 사적지 234곳 중 90% 이상에 달하는 214곳이 아예 사라지거나 훼손됐다. 늦었지만 다행히도 지역과 시민, 공공기관의 무관심으로 자취를 감췄던 경기지역의 '독립운동 사적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경기도가 2016년 '경기도 항일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무분별한 개발로 흔적조차 사라지거나,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사적지를 되찾자는 것이 핵심이다. 도는 2018년 전문가들과 함께 31개 시·군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건조물 38곳, 부지 181곳, 현충 시설 38곳 등 257곳을 찾았다.

이 중 전문가 자문을 거쳐 독립운동 사실이 입증된 120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민족대표 48인 중 한 명인 김세환이 3·1운동 당시 살았던 '김세환 집터' ▲1927년 9월24일 부천 소사역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일본인 역장의 부당한 처사에 대항해 동맹파업을 한 '소사역 하역 노동자 동맹 파업지' 등이 대표적이다.

1895년 을미의병부터 1945년 광복될 때까지 민초들의 희생정신이 묻어 있는 곳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후손들이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며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