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34곳 중 214곳 없어지고 훼손

독립운동 오광선 선생 생가 방치
용인 백암장터, 의병 흔적 안 남아
수원상업강습소, 상가 건물로
임시정부 이규채 생가 공장으로

선열들 희생정신 기억할 장소 상실
“잊히지 않을 수단 마련해야” 지적

 

'1910년~1945년 8월15일' 대한 독립에 이르기까지 35년간 경기지역에서 수많은 민초가 일제 억압에 항거했다.

그들의 아픔과 열망을 간직한 장소 대부분이 무관심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관련기사 2·3면

최근 들어 처절했던 역사 현장의 멸실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내 지역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일제에 맞서 싸웠는지에 대한 관련 사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립기념관 '국내 독립운동·국가수호 사적지' 데이터를 보면 도내 항일 등 독립운동 사적지는 전국 1439곳 기준으로 16%인 234곳이 있다.

중국지역에서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한 오광선(1896∼1967)의 생가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에 있다. 그는 1915년 만주로 건너가 대한독립군으로 활약했다. 이후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무장 항일 투쟁을 벌이다가 1940년 1월 일본 경찰에 체포돼 신의주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가 살던 생가는 수풀 등이 우거져 집터였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방치돼 있다.

의병 활동이 치열했던 용인시 백암리의 백암장터.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용인-이천과 죽산-안성 등지를 연결하는 주요 길목이었기에 의병과 일본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1907년 8월12일에는 백암장에 전주의병이라 칭하는 50여명이 나타나 일본인 1명을 총살하면서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9월21일 일본군이 이천 장호원에서 백암장으로 옮겨와 주둔했다. 애석하게도 그동안 이들을 기억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1910년 6월 수원에서는 홍건섭·홍민섭·김흥선·양성관·신준희·박재윤 등이 교육을 통한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수원상업강습소를 설립했다. 1926년에는 화성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는데 애국계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수원의 민족교육기관'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다. 현재는 여러 상가 건물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이규채 선생(1888~1948)의 생가는 민간 공장으로 변했다. 이규채 선생은 포천군 가산면 방축리에서 태어났다.

청성학교에서 후진 교육에 힘썼고, 1910년 경술국치를 계기로 물러났다. 1919년 3·1운동 후에는 남녀학생을 상대로 비밀운동을 전개하다가 1921년 중국으로 넘어가 민족진영 결속에 힘썼다.

이처럼 역사가 무색하게도 항일운동 사적지 234곳 중 90% 이상에 달하는 214곳이 아예 사라지거나 훼손됐다. 이는 학계에서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수치로,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진 곳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억압에 항거한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억할 많은 장소가 사라졌다”며 “기억 속에 잊히지 않을 수단을 마련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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