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기상청은 여름철 폭염을 예보했다. 그런데 폭우가 쏟아졌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아울러 세계적인 기상예보모델(KIM)을 개발하고도 업그레이드를 안해 고장난 예보시스템도 위기를 증폭시켰다. 코로나19위기, 기후위기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과 '그린 뉴딜'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당시 한국판 뉴딜 정책에 관해 여론조사한 리얼미터에 따르면 응답자 46.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긍정의 답을 한 시민들에게 이 정책은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방과 후 교사로 일하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일자리를 잃은 김지희(가명, 38세)씨도 긍정 응답자였다. 특히 그린 뉴딜 정책에 기대가 컸다. 20조원을 투자, 16만6000명을 고용한다는 '그린 스마트 스쿨'이 방과 후 교사들에게도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김지희씨는 그린 스마트 스쿨이 태양광 업체, PC와 무선망 사업자들을 위한 정책이고, 일자리를 잃은 교사들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알고 무척 실망했다.

그린 뉴딜은 2025년까지 학교, 건물, 산업, 에너지, 자동차에 73조원을 투자해 온실가스는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는 정책이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그린 뉴딜의 진행 상황을 볼 때, 현안인 기후위기 해결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피해를 본 시민들도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대신에 그린 뉴딜을 통해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같은 대자본들이 정책과 예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지난 7월20일 한전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자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무슨 이야기일까? 그동안 한전은 발전사업이 금지된 대신 전기를 송전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독점해왔는데, 그런 한전에게 앞으로 40kWh 이상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한해서 허가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상 풍력발전 규모가 100kWh 이상이라는 점에서 송배전망을 소유하고 있는 한전이 사실상 재생발전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린 뉴딜을 통해 15조8000억원을 투자, 재생에너지를 12.7GW에서 42.7GW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한전이 주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유엔, 유럽연합, 독일, 미국 민주당 등 그린 뉴딜을 주도하는 주류의 패러다임은 한전과 같은 중앙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로 에너지를 분산하자는 것이 대세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를 기후위기에 영향을 직접 받는 시민들(지역과 공동체)이 만들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도 미래의 대세다. 독점은 대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송전과 판매를 독점해온 한전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임 전환에 어울리지도 않는 한전만 있고, 기후위기 해결을 이끌어갈 지역과 공동체, 시민들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한 교훈을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 사라지고 실패한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이 없는 정부와 기업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녹색성장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2009년 미국 오바마정부도 그린 뉴딜을 시작했지만, 이 정책은 트럼프정부로 바뀐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연방은 반대해도 뉴욕주, 캘리포니아주는 10년 동안 그린 뉴딜을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민들과 공동체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현재 뉴욕주는 307개 공동체, 870만명의 시민들이 그린 뉴딜에 참여한다. 그리고 뉴욕주와 의회는 '기후리더십과 공동체 보호법'을 만들어 공동체가 사업을 결정하도록 보장하고, 그린 뉴딜에 소요되는 총사업비 35%를 공동체에 배정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이 지속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선 지역에서 '100개의 기후행동 공동체' 붐업을 일으켜야 한다. 시민들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탈탄소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시민들의 미래가 안전할 수 있게 보호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 그린 뉴딜 리더십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