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영 포천 6군단 연막중대장]

대학병원 핵의학 연구원 근무 시절
암환자 탈모 보며 머리카락 기부 결심
손상 우려 2016년부터 드라이도 안 해
40㎝길이 모발 소아암 환자 위해 전달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리카락이 빠지는 고통. 말로만 듣던 일을 암 환자를 보고서야 실감했다. 어떤 환자는 벗겨진 두피를 가리려고 특수 가발을 썼다. 이마저도 수백만 원이 든다는 걸 알았다. 암 환자 대부분이 항암 치료비와 특수 가발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들은 죽을 만큼의 고통을 그렇게 견디고 있었다.

이가영(30·대위·사진) 6군단 연막중대장은 “대학 졸업 뒤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 연구시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며 “그 시절,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와 탈모로 고통받는 모습을 4년간 지켜봤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무렵 큰 결심을 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들에게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대위는 2016년 2월 장교로 입대했다. 그때부터 파마와 염색을 완전히 끊었다. 머리카락을 다듬지도 않았다. 모발에 손상이 생길까 걱정돼 드라이도 가급적 멀리했다. 그렇게 입대 뒤 이를 악물고 기르기 시작했다. 중대장 부임 뒤엔 업무로 바빴다. 그래도 머리카락만큼은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고비도 여러 번 있었다. 이 대위는 불볕더위 속에서 훈련할 때마다 이발하고 싶은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참았다. 충동이 생길 때마다 소아암 환자를 떠올리고, 또 상기했다.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을 생각했다. 1년. 2년. 3년. 그렇게 4년이 지나자 머리카락은 어느덧 허리까지 내려왔다. 길이만 무려 40㎝였다.

지난 5월 이 대위는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부대 선·후임들은 '아깝지 않냐”라고 했다. 하지만 이가영 대위는 '지금이야말로 때가 됐다'고 답했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 대위는 이를 어·머·나(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 본부에 기부했다. 그가 기증한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의 특수 가발 제작에 사용한다.

이 대위는 “소아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두피가 약해진다. 피부 가려움과 함께 탈모에서 오는 심적 고통을 겪는다”며 “이들은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특수 가발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4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가영 대위는 “군 복무 기간에 머리카락을 기르기 쉽진 않았다. 솔직히 불편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돕는 일은 축복이라고 여겼다. 4년을 그렇게 견뎠다”면서 “군인은 국민을 지키는 직업이다. 그런 만큼 주변을 계속 돌아보겠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지금처럼 내가 가진 걸 기부하겠다”고 했다.

/포천=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