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4년 전 시행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정작 보험사기를 뿌리 뽑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보험사기 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제 또 다른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형사 처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부터 파악한 뒤 이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성남 목포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10일 “단순히 조사 조직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보험사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기 유인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 보험사기로 취한 이득을 환수하고 미리 이익 취득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사기적인 보험금 청구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사기 금액의 3배에 상응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보험사기 행위에 대한 개념을 공보험 사기로까지 확대하고 보험사기 양정을 상향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전직 경찰 등 보험사기 수사 경험자가 많은 보험회사 조사 조직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기 조사에 필요한 정보 흐름을 개선하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흩어진 개인 정보 내용을 통합한 뒤 보험업법에 반영해 보험 정보의 체계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2018년 10월26일 목포대 70주년기념관 국제콘퍼런스장에서 '보험법의 최근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보험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을 통한 보험사기의 효과적인 방어 체제 구축 방안'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이런 의견과 함께 ▲정비업체 등에 대한 사기 금지 의무 신설 및 제재 강화 ▲보험사기 개념의 확장 및 적용 범위 확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의 양형에 관한 합리적 조정 필요 ▲보험사기에 대한 예비죄 신설 필요 등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보험사기 사례와 대응 요령 등을 적극 홍보해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는 것도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 발간된 보험연구원 KIRI리포트에서 “영국 BBC는 보험사기 검거 다큐멘터리 시리즈물로 보험사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며 “방송 다큐멘터리 등을 활용하는 것도 더 많은 소비자 인식을 전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생침해 범죄 전담 수사기관인 경찰이 보험사기 근절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웅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보험범죄는 장기간에 걸쳐 수사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사건으로, 경찰 조직 내 제한된 인력만 갖고선 보험범죄만을 지속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찰이 실질적인 보험범죄 전담 수사 인력을 확보·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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