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인천문화포럼을 운영한 바 있고, 문화정책 기획연구의 하나로 예술감상교육과 시민문화교육 관련 사례조사가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감상교육과 관련한 학술용어는 '미술감상교육'이 사용되곤 한다. 미술감상교육은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려는 의도에 중점을 두고 작품과 작가를 둘러싼 맥락을 탐구하는 활동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예술감상교육'은 정식으로 사용되는 학술용어가 아니다. 그런데도 예술감상교육 사례조사가 이루어진 이유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 때문이다.

문화정책 기획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미술감상교육 또는 예술감상교육으로 오역되거나 오해되고 있는 DBAE(Discipline-based arts education) 예술교육이다. DBAE 교육이념은 1960년대에는 주목받지 못했다가, 1980년대 초부터 영미권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DBAE는 자기표현을 위한 예술을 거부하고, 어린이 중심의 교육을 거부한다. DBAE는 학생들이 예술가와 예술비평가와 같이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도록 4가지 교육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 원칙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를 발견하고 제작의 경험을 중시하는 '제작하기'이다. 두 번째 원칙은 작품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비판적 판단'이다. 세 번째 원칙은 통시적 변화를 탐구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평가하기 전에 행해야 하는 예술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학습이 요구되는 '역사적 지식'이고, 마지막 원칙은 예술의 본질과 가치와 관련된 철학적 관점을 연마하는 '미학적 이해'이다.

펠드먼(Feldman)에 따르면 예술교육은 예술가를 만드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 있는 것을 만드는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예술교육은 학교에서 다른 교과목을 더 재미있게 지원하는 수단이고, 학생의 취업 가능성을 향상하게 하며, 좋은 환경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게 하고, 건강에 관심 있는 시민을 유인하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시러(Cassirer)는 “과학은 우리에게 생각의 질서를 부여하고, 도덕은 행동에 질서를 부여하지만,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것, 유형의 것, 들리는 것을 이해하도록 한다. 훌륭한 교육은 훌륭한 예술교육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DBAE 교육 파급효과의 활용에 대한 관심은 시민문화교육과 관계가 있다. 여기서 시민문화교육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문화화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시민교육과 맥을 같이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유네스코의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향하는 국제적 교육의제로 부상했다.

유엔은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하나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241개의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태적 가치, 사회적 가치,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공존할 때 가능한 것으로 제시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 역시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 순이다. 유엔이 제시한 지표는 실제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어 실현되고 있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우리는 문화가가 포함된 미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복된 세 가지 가치에 문화적 가치가 추가되었다. 독일에서는 문화적 가치를 문화교육 정책으로 반영하여 실천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기능 중심의 교육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강의식 교육과 평가제도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주의 가치, 소통능력, 환경보존 등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문화화시키는 사회정책으로서의 문화교육은 DBAE의 원칙이 제공하는 파급효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천은 문화도시인가? 문화도시의 조건은 하드웨어도 아니고, 소프트웨어도 아니다. 문화도시의 필수 조건은 문화시민이며, 문화시민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DBAE 예술교육의 파급효과는 사회정책으로서의 시민문화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정책화될 필요가 있다.

 

김상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