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빈번 지역
인력·장치 없이 '순찰 중' 팻말만
시민 “안내문이라도 늘려야” 불안
경찰청 “유관부처 협업 적극대응”
▲ 최근 공개된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선 주안역과 부평역 등이 '위험' 단계를 나타냈다. 9일 인천 주안역에 불법촬영 단속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몰카(몰래카메라) 예방 대책도 세우지 않고 '위험지역'이라고 알려만 주면 뭐하나요.”

7일 오전 9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시민들이 지하철 이용을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인천 2호선과 경인선이 함께 운행되고 있는 주안역은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불법 촬영 범죄 발생률이 높은 이곳은 몰카를 예방하기 위한 마땅한 인력과 장치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계단 옆에 '불법 촬영 단속을 위해 사복경찰이 상시 순찰 중'이라고 쓰인 팻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부터 지하철역의 불법 촬영 범죄 발생 위험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 프로그램이 공개됐지만, 시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방면 지하철을 기다리던 김모(30·여)씨는 “몰카 위험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항상 다니던 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지만 그것 때문에 그 역을 피해 다닐 수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위험도가 높은 역에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안내문을 늘리는 등 노력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내 핸드폰 이용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남성도 많았다.

조모(25)씨는 “평소에도 몰카 문제가 대두하면서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이용해왔다”며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이용할 때 영상이나 사진 등 기능을 사용하지도 않는데 위험도까지 공개되니 더욱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찰청과 KT가 공동 개발한 '지하철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 프로그램은 지하철역별 불법 촬영 범죄 발생 건수, 유동인구 수, 혼잡도 등 14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졌다.

▲고위험 ▲위험 ▲의심 ▲주의 ▲양호 등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알려주며,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운영하는 생활안전지도(www.safemap.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지역에는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역은 없었으나 주안역과 부평역 등이 '위험'으로 표시됐다.

그러나 주안역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프로그램을 어디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관부처와 협업해 불법 촬영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