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전국 총 94조556억원
규제 강화로 매매 수요 감소
전세 수요늘며 가격 증가세
5대 은행 연내 100조원 전망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전세자금대출 제한 대책에도 올해 14조원이 증가하는 등 여전히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7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94조556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보다 2조201억원(2.2%) 늘었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17% 가량 증가한 13조6024억원이 많은 수치다.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올해 2월 2조7034억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컸다. 이후 3월(2조2051억원)과 4월(2조135억원) 차츰 감소해 5월(1조4615억원)과 6월(1조7363억원)에는 2조원 아래로 내려갔지만, 지난달 다시 2조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올해 2∼4월 전세대출이 크게 늘었던 것은 정부 대출 규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12·16 부동산 대책'과 후속 대책으로 고가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주택 매매 수요가 감소하고 전세 수요가 늘었고, 전세 가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7월의 급증세는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7월이 장마, 휴가 등으로 이사 수요가 적은 임대차 시장 비수기이고, 특히 전세 거래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적었다. 전세, 반전세, 월세까지 포함한 거래량은 8344건으로, 계약이 가장 많았던 올해 2월의 43% 수준에 그쳤다. 경기도 전월세 거래량은 1만2326건으로, 2월의 약 45%에 불과했다.

반면 '6·17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7월10일부터 적용됐지만, 전세대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규제 지역에서 시세가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기존 전세대출을 갚도록 하고, 시세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게는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했다.

전세 거래는 줄었지만 전세대출이 감소하지 않은 이유는 전세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44% 올랐다. 서울은 전달 대비 0.68%, 수도권은 0.63% 증가율을 보였다.

전세대출 증가는 은행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전세대출 대부분은 보증서 담보대출이라 리스크 관리 부담이 거의 없어 '알짜 수익원'으로 분류된다. 정부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인 서울보증이 대출금액의 100%까지 보증해준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은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세 매물이 많지 않고 매매 가격 상승을 따라 전세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대출 상승세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이 연내에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은행도 주택 전세가격은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