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1568명…일주일 사이에 1만명 가까이 늘어
연휴 중 귀성 자제 여부 지자체별 엇갈린 대응…신칸센 승차율↓

 

▲ 8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의 횡단보도에서 양산을 쓴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2020.8.9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최근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으나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2020.8.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 경제와 방역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햇던 일본의 코로나 확산속도가 다섯 배나 빨라졌다. 코로나19 정책 관련해 일본 정부는 집토끼 잃고 산토끼 잃은 모양새이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일 하루 동안 1568명이 새로 보고됐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가 9일 보도했다.

전날(1606명)과 지난달 31일(158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요일별 편차를 없애도록 지난달 5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신규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일본의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7월 5∼11일은 1970명이었는데 같은 달 12∼18일은 3332명, 19∼25일은 4916명, 7월 26일∼8월 1일은 8095명, 이달 2∼8일은 9546명이었다. 주당 신규 확진자 수가 4주 사이에 약 4.8배로 확대한 것이다.

일본의 코로나 확산 책임은 전적으로 코로나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한 일본 정부 탓이다. 일본 정부는 감염 확산 방지를 우선시하기보다는 감염과 경제 활성화를 병행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특히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다가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책이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유전자 증폭(PCR) 검사 건수를 늘렸으나 이는 감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검사 건수를 늘릴수록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확진자들의 수만 늘어날 뿐이다.

아베 총리는 "감염 예방과 양립하면서 사회·경제활동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강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도쿄를 고투 트래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감염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확산 중이다.

8일 신규확진자는 오사카부(大阪府) 178명, 아이치(愛知)현 177명, 후쿠오카(福岡)현 150명을 기록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큰 폭으로 늘었고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오키나와(沖繩)현에서도 84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8일부터 많은 기업이 연휴를 시작한 가운데 도쿄도(東京都), 아오모리(靑森)현 등은 귀성 자제를 당부했다.

▲ 연휴가 시작된 8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역 신칸센(新幹線) 플랫폼이 한산한 모습(위)을 보인다. 역시 연휴의 첫날인 작년 8월 10일 도쿄역 신칸센 플랫폼(아래)의 붐비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여행이나 고향 방문을 포기한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2020.8.9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8일 정오에 위치정보를 이용해 분석한 도쿄역 주변의 인파는 작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 72% 정도 줄었다.

이날 오전 도쿄에서 출발한 고속열차 신칸센(新幹線) 자유석 승차율은 가장 높은 구간이 70%였고 낮은 곳은 5%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의 코로나 대응 혼란상은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가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다.

일례로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大阪府)지사는 고투 트래블도 실시하는 상황에서 연휴 귀성 자체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등 지자체별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휴 중 여행이나 고향 방문 과정에서 감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가 성공할지는 전망이 어둡기만 하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