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관계 자찬하며 "대선에서 이기면 신속하게 협상"
비핵화협상 교착 속 대선전 정상회담 어렵다 판단 반영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면 북한과 신속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재개 시기에 대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라는 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협상을 대선 후로 미루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협상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을 감안하면 일각에서 거론된 '10월의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고,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꺼냈다.

또 2016년 대선 때 자신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북한과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실제로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고, 이는 이전 행정부에서 결코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북한, 이란과 협상이 대선 일정 탓에 진전되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그는 이란에 대해 "협상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라고도 표현했다.

이는 지난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11월 대선이 없다면 북한, 중국, 이란과 당장에라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 시기를 대선 승리 이후라고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미국의 대선 직전 판세를 반전하기 위한 대형 이벤트인 '10월의 서프라이즈'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한 첫 공식 부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달 7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만약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틀 뒤 언론 콘퍼런스에서 대선 전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며 여지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이후를 언급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달 10일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히는 등 북한이 대선 전 3차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의 결과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이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협상 조건을 내건 상황에서 대선 전 협상의 급속한 진전은 쉽지 않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던 폼페이오 장관도 이후에는 '진정한 진전'이 이뤄질 때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대선 전 회담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식으로 한 발 후퇴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공개적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놨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데다 즉흥적이고 예측불허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의 열세를 만회할 '10월의 서프라이즈' 카드로 북미 정상회담을 꺼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조혁신기자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