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송도소식지 주민기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익히 들어온 지론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도의적 차원을 무시한 채 무분별한 모방이 자행되기도 한다. 창조를 위한 모방인지 훔쳐가는 모방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에 따라 법망의 보완도 복잡해진다. 기득권의 보호와 도전하는 새로운 권리를 인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함수관계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창조는 기존을 탈피한 새로운 창안에 주안점이 있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다양한 창조물이 등장한다. 그에 따라 창의력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으니 모방에 의한 창조는 불가피한 일면도 있다. 부분적 변경에 의한 창조물은 사실 창조라기보다 변형에 가깝다. 상도덕을 무시하는 일부 세력은 도용하면서까지 창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표절의 문제와 지적재산권의 문제가 강조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문명일수록 속수무책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얼마든지 창조와 조작이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감히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사이 엄청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커의 등장과 백신의 등장은 치열한 싸움이다. 빼앗느냐 빼앗기느냐의 갈등구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문제는 이미 흔하다. 스파이를 동원해 기술을 훔쳐가는 일은 국제적으로도 문제의 화두다, 그것도 하나의 정보력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얍삽한 꼼수로 타인의 노력을 거저 가져가는 것은 창조를 가장한 강탈에 불과하다. 때로는 이득을 위해 무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순수하게 창조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피해 보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윤리와 개인의 도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할 문제인 것이다.

창조는 생각의 힘이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두뇌가 생산한다. 그렇다면 두뇌의 역할론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과연 인간은 무한한 능력과 무한한 창조가 가능할까 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뇌는 대략 200억개의 뉴런이 있다고 알려졌다. 보통 사람들은 뇌의 10%만 쓰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천재라 일컫는 사람들조차도 인간 뇌 기능의 활용이 15%를 넘지 않는다고 하니 인간의 잠재력은 가히 무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뇌 기능을 어떻게 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뇌과학이 발달하면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까지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지만 요원한 문제이다.

그에 반해 컴퓨터의 발달은 빠르다. 0과 1을 이용한 컴퓨터 기능은 인간 뇌의 시냅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 기능이 생각하는 능력까지 생겨난다면 어찌 될까. 첨단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쩌면 인간의 능력보다 앞서가는 컴퓨터의 능력을 인정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소수의 능력자 외에는 오히려 점점 퇴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컴퓨터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성해야 한다. 모방도 창조라는 점을 인정하자.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보다 인간의 능력을 더 존중해야 하는 당위성과도 통한다. 사회적 윤리적 기준만 잘 정하자. 인간의 감성과 윤리의식을 보호하는 가운데 모방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뇌를 통해 무한한 창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