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 최고 학교 돼 인천 대표 기계공고로 남을 것”

1976년 교명 변경 이래 국제기능올림픽서
42개 메달 따낸 '세계 최고 기술인 요람'서
30년 가까이 교편 잡은 학교 역사의 산증인
제조업 경기 하락에 9급 기술직 공무원 도전
지난해 9대 1 경쟁률 뚫은 합격자 64% 차지

BMW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 취업문도 열어
교명 잃는 특성화고 위기에 정면 돌파 천명
산업 흐름 읽고 학생·학부모 기대 부응 포부
▲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김창율 교장은 금형 실습장에서 학생들 작품을 놓고 “현장에 내놔도 통할 수준 있는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기능을 놓고 세계 청소년들이 겨루는 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만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직종 산업 현장성 부족과 기업 불경기 등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예전만 못하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제기능경기대회 입상=대기업 취업' 공식이 통용됐다. 그도 그럴 게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 받는 금·은·동메달이다. 일할 사람 뽑는 기업 입장에서 이만큼 확실한 스펙이 없다.

지난 1940년 인천공립직업학교로 문을 열고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한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지금까지 42개 메달을 획득했다. 전 세계 교육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세계 최고 기술인의 요람'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인천기계공고는 지난해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16명 합격'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인천기계공고 김창율 교장은 “100년 역사를 준비하는 전통 있는 기능 교육기관이 산업 흐름을 읽는 데 더해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는 교육 트렌드도 수용했다”고 자평했다.

 

<br>

 

 

▲전통의 강호가 유연성까지. 앞으로 100년 준비한다

산업인력공단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2701명 중 1470명이 대기업에 입사했다. 입상자 54.4%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포스코 등에 취업한 것이다. 이 기간 인천기계공고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만 78명이다.

김창율 교장은 “1976년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후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제경기대회에서 거의 매해 성적을 내왔다. 학생들은 주말도 없이 몇 달 동안 대회를 준비해 출전했고 좋은 성적을 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같은 굴지 기업들이 줄 서 학생들을 뽑아갔다”고 회상했다. 지난 1978년부터 1999년까지 30년 가까이 인천기계공고에서 토목과 교사로 있었던 김창율 교장은 학교 역사 산증인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조선업을 대표적으로 전통 제조업들이 과거 호시절에서 멀어지며 관련 기업들도 인력 채용에 소극적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국제기능경기대회 입상 실적도 이젠 절대적인 메리트가 아니다”며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는 게 목표인 특성화고 입장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인천시나 인천시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처럼 지역 기능 인재를 뽑는 분야에 집중해 지역 인재를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최대 9대 1 경쟁률을 보인 지방직 9급 공무원 기술직 임용시험에서 합격자의 64%를 인천기계공고 학생들로 채웠다. 인천시교육청이 1명 뽑은 전기직렬 자리도 인천기계공고 학생에게 돌아갔다.

 

▲궁극적 목표 '장인' 육성. “인성 갖춘 인재로 키운다”

인천기계공고 급식실 앞 거울에는 '시간 잘 지키고 인사 잘하기'라고 적혀 있다. 사람이 사는 데 기본이 되는 지극히 뻔한 말이지만 좋은 인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김창율 교장도 인터뷰 중 '인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그는 “'인성을 갖춘 기술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시대와 상관없이 기술자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좋은 성품을 지녀야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어느 과든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교육 시작하며 청소하는 법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훌륭한 기능인은 바른 인성을 갖춘 기술 인재다”며 “이를 토대로 1학년은 컴퓨터 정보활용능력 자격증, 2학년 때는 학과와 관계없는 다자격증을 취득하게 해 외연을 넓히고 졸업반에선 공기업반, 부사관반, 공무원반, 진학반을 상시 운영해 취업과 진학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12월31일 기준으로 인천기계공고 졸업생 390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140명을 기록했다. 공무원 17명, 공기업 1명에 부사관 6명, 대기업 15명 등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취업자를 배출한 대기업에는 케이티앤지나 GS네트웍스처럼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와 같은 외국계 자동차 기업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유명 기업 창업자들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학 졸업장 무게감이 기존과 같지 않은 세상에서 특성화고들은 지식을 갖춘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식이 지혜로 발전하기 위해선 일자리 현장에서 터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보통 국내 산업에선 30대에 이런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를 20대로 앞당기면 그만큼 인력 완성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김창율 교장 생각이다.

취업만 장점은 아니다. 럭비부, 관악부, 로봇부 등 학생 재능을 키우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2015~2016년 전국체육대회 럭비경기 동메달, 정기 동문음악회, 2017 경기판타지아 로봇 경진대회 휴머노이드 댄스부문 대상·동상 등 성과를 올렸다.

 

▲ 인천기계공고 전경. /사진제공=인천기계공고
▲ 인천기계공고 전경. /사진제공=인천기계공고

▲특성화고 위기. '기계공고' 타이틀 사수한다

인천기계공고 역사는 올해로 80주년이지만 '기계공고' 이름을 사용한 지는 올해로 44년이다. 특성화고 교명 교체가 비일비재한 요즘, '인천'이라는 지역 지명을 지닌 기계공고는 특성화고 맏형 노릇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학생과 학부모 인식 하락으로 진학률 하락을 포함해 특성화고가 다양한 위기에 놓여 있다. 특성화고 잦은 교명 교체는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특성화고가 교명을 지키려면 우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본다. 다른 학교에서 대체 가능한 학교라면 다른 분야를 찾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는 학교 경영이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진학까지 탄탄하다면 이름이 바뀌지 않는 학교로 남을 수 있다고 본다. 인천기계공고는 인천을 대표하는 기계공고다. 수시로 바뀌는 세계 산업 흐름을 읽고 학생과 학부모 요구 사항에도 감각을 유지해 인천 대표 기계공고로 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