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지만 재택근무 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사안도 드물다. ▲출퇴근 시간이 절약돼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틈틈이 집안일•개인일도 할 수 있어 업무와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형태라고 반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일하는 것은 재택근무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출퇴근 개념이 없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게을러지고 긴장감도 떨어져 업무 효율성이 낮아지고, 생체리듬 등 일상까지 망가졌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즉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업무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개인시간에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해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과 삶의 균형 붕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77%였다. 이유로는 '출퇴근 시간 절감'(28.1%)이 가장 많았고 '불필요한 회의가 줄어듦'(15.2%), '비대면 근무방식이 내 업무효율에 잘 맞음'(15.9%), '감염우려 최소화'(17.4%), '가사•육아 가능'(12.5%) 등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실시율은 대기업 70%, 중견기업 61.5%, 공공기관 58.2%, 중소기업 47.9% 순이었다. 물론 전체 직원이 재택근무한 것이 아니라 대개 30% 안팎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우리나라 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재택근무에서 대부분 정상근무로 전환했다. 재택근무를 유용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택근무할 때 어려움 중 하나는 소통 단절이다. 불필요한 회의가 줄면서 시간적 효율은 높아졌지만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한다.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업무에 방해된다고 여겨지던 회식, 동료와 잡담 등이 소모적 요인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이러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직원들에 대한 통제의 어려움을 가장 경계한다.

재택근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하는 과정에 대한 감독이 아니라 성과와 결과 중심의 업무문화가 필요하다. 눈 앞의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듯이 보여야 안심하는 수직적 통제방식 하에서는 재택근무가 존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수직적 통제방식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재택근무가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외국과는 달리 재빨리 사라진 가장 큰 이유다. 기업의 체질로 미뤄 재택근무가 언제 다시 선보일지는 불투명하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