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미투의 시대이다. 이제 탈북여성도 미투 대열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탈북 여성 A씨는 지난 2016년 5월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을 이유로 처음 접근한 김 경위가 19개월 동안 최소 11차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지난 28일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더구나 경찰은 피해 여성의 신고도 묵살한 채 조사를 미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 분야에 몸담고 있던 현장 활동가, 실무자, 연구자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이구동성이다. ‘일어남직한 사건이 이제야 일어났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었던 많은 사건이 떠오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텐데 라는 반응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두 군데이다. 첫 번째는 우리 경찰의 수준이다. 이제 검찰보다 경찰에게 권력을 줘보자 한 게 엊그제인데 큰 사고가 터졌다. 우리가 30년 전 권인숙 성고문 사건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A탈북여성이 보여준 ‘북한 여성의 반란하는 힘’이다. 그동안 탈북 여성들에 대한 통념은 이런 것이었다. 첫째, 먹고살기가 힘들어 인신매매를 당하다가 오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순진하고 순종적이다. 셋째, 성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어서 성 문제가 생기면 여자책임으로 돌린다. 그러니 성폭행은 공론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은 남성들의 통념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북한 여성의 변화는 남한에 와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부터 시작되며 남한에 와서 더 심화될 뿐인 듯하다.

내가 2011년에 만난 한 여성은 당 간부에 의한 성폭행 시도를 피해서 탈북했다. 이 여성은 북한에서도 좋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출신성분이 좋은 20대 여성으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였다. 그녀는 밤늦게 남아 일하다가 술 취한 당 비서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한 밤에 직장의 운동장을 맨발로 달려서 피했다. 이를 목격한 다른 당원들이 나서 중앙당에까지 신소를 제기하였으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 당 간부는 직위를 보전하고 중앙당에 신소를 했던 당원들은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결국, 그 여성은 가해자인 당 비서가 주관하는 그 생활총화 자리가 너무 괴로워 탈북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북한 여성들도 반란을 일으킨다. 남과 북, 다른듯하면서 우리는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김화순(북한노동연구자/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