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국제선 여객 97% 감소
국제화물 운임 올라 2분기는 선방

이스타 매각 무산 ·청산 기로
1600명 직원 실직 위기 내몰려

아시아나 HDC 현산 인수 무산 무게
채권단 최대주주 국유화 대안으로

한진해운 청산 뒤 해운업 경쟁력 축소
항공시장서 반복 안된다 지적나와

아시아나·대한항공 합쳐 몸집 키우고
저비용항공사간 합병 뒤 구조조정
정부가 지원해 이끌어야 의견도

 

▲ 인수합병 무산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기중인 대한항공 비행기를 뒤로 한 채 이륙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한진해운사태로 바닷길이 끊겼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항공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일보DB
▲ 인수합병 무산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기중인 대한항공 비행기를 뒤로 한 채 이륙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한진해운사태로 바닷길이 끊겼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항공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일보DB

 

 

 

 

 

 

 

 

 

 

 

 

 

 

 

 

코로나19로 깊은 수렁에 빠진 항공업계가 시계제로 상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됐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인수 포기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량 실직을 막고 2017년 한진해운을 청산해 해운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한 선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분기 선방한 항공업계, 3분기는?

항공업계가 화물 운임 상승 효과로 2분기에 선방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3분기 이후에는 운임 하락으로 그 수혜가 반감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순쯤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1분기와 비교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마스크, 의약품 등 국제 화물 수요 증가로 운임이 폭등한 덕분이다. 증권가는 대한항공이 지난 2분기 180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566억원의 적자를 냈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 운임 상승이 이어지던 지난 6월에는 대한항공의 2분기 이익을 800억~2000억원 대로 점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흐름이 예상된다. 지난 2분기 아시아나는 800억원 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2000억원대 손실과 비교하면 양호하다.

그러나 운임 상승효과는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다. 비정상적으로 비싸졌던 운임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여객 수요는 여전히 회복이 불투명하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요 국적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18만2000여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7% 감소한 규모다.

여객 부문 의존도가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는 2분기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위 LCC 제주항공은 800억 대 손실이 예상된다.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500억 대 적자를 낼 전망이다.

▲항공업계 M&A 무산 우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면서 이스타항공에 대한 M&A가 무산됐음을 공식화됐다.

항공업계의 업황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렵고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의 취약성도 드러날대로 드러나 새로운 인수의향자가 나타나기도 어렵다는 측면에서 법정관리 후 청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무산 이후 시장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채권단 간에 선행 조건 완료 등을 놓고 입장차가 커 인수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HDC현산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고, 이에 재실사가 필요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측은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제안했다.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은 기업결합심사를 끝으로 이미 충족됐다는 입장이며,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인수협상이 무산되더라도 청산절차가 유력한 이스타항공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만에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 1만6126%로 급증했다.

또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반기 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제2의 한진해운은 없어야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의 취약성이 노출된 이스타항공이 파산수순을 밟게 될 경우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1만명의 직접 고용 외에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고용규모가 이스타항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스타항공처럼 청산절차를 밟기보다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해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국유화 방안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이 회복세를 보이게 되면 LCC와 달리 대형항공사는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일단 출자전환을 통해 일시적으로 채권단 관리 체제로 유지하다가 업황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6개 자회사를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도출해 몸집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가능성 때문에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등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증권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일본항공업계의 재편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제기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ANA와 JAL은 전세계 5위와 8위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세계 22위권 항공사다.

무엇보다 물류업계에서는 2017년 한진해운이 청산절차를 밟은 이후 세계 해운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크게 쪼그라든 전철을 세계 항공시장에서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항공을 국유화할 것인가, 아니면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보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여 몸집을 키울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고, 동일한 맥락에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및 이스타항공를 합병해 저비용항공사 간 구조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항공시장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해 중국이 자국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세계 유수 항공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2017년 한진해운 청산처럼 넋놓고 바닷길을 내줄 것이 아니라 업계에서도 하늘길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