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국가 산업항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그 이면에는 이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던 인천 내항. 애초 이곳은 바닷가로, 누구나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이른바 '공유지'였으나 어느 시기 매립을 하고 부두를 만들며, 보안 및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으로 지정, 접근 자체를 차단당해온 지 100여년. 이제 그 기능을 다하며 하나둘 시민 품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은 시민들만의 꿈이었고, '점용자'가 이를 스스로 알아서 내어줄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히려 또 다른 국면에서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을 위해 너도 나도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며 시민은 그저 이들의 사욕을 채워줄 잠재적 소비자이자 고객일 뿐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중구민들의 결집된 '내항 살리기' 활동 결과로 지난 2016년 내항 1, 8부두를 우선 개방한다고 했으나 8부두에 한해 이뤄졌고, 이마저도 여전히 바닷가는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부둣가 드넓은 광장은 인근 관광지 방문자들을 위한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굵은 흰색 선을 그어 놓았다. 부두 내 상상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던 곡물창고는 굳게 문을 닫아 놓은 채. 뒤이어 들려온 소식은 이곳을 국내 대기업에게 20년 동안 운영을 맡겨 원도심 상권을 빼앗고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해당 기업이 내부 사정으로 느닷없이 철수를 선언하면서 뒤늦게나마 시민참여가 이루어져 '공적 공간' 30%의 활용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 반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천시에 매각한 상상플랫폼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쥐고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는 보다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 주판알만을 튕기고 있는 중이다. 내항은 물론 배후 부지의 고도 완화와 용적률을 높여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항만공사가 이야기하는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과 보행로, 광장 등 공공시설은 투입비용 대비 산출이익에 대한 확신이 설 때야 전면적인 개발과 더불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에 내항 바깥 지역도 들썩이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초고층 오피스텔이나 프리미엄급 아파트 건립이 진행 및 계획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곳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산업유산이나 주거지를 철거하고서.

이런 식으로 다가서다가는 이 일대(다른 곳도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는 정체성 없는 천박한 곳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을 고려하지 않고 역사 문화의 품격도 갖추지 않은 채 저마다의 욕망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진 곳이 지속가능할 리 없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모든 계획과 공사를 한꺼번에 끝낸 후 개방 및 운영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특정 기간 내에 마무리하려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세워 국가 기금을 활용하려다 보니 타산을 맞추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이익 논리에만 경도된 민간자본에 기대어 상업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편입하게 된다.

이에 순서 또한 바꾸어 시민을 우선에 두고 시민들이 자유로이 드나들고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은 대단한 시설이 없더라도 눈앞의 바닷물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이곳저곳 들여다보며 다양한 상상과 제안을 하도록 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부두 내 시설과 공간들의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고, 사람들이 모이면 필요한 시설들을 추가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시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고, 그 과정과 결과로 도시 변화와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시민들이 이 공간의 주인이 되어 가치와 매력, 활력을 되찾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줄 것이며, 이로 인한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결론은 이 공간의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항만공사에게 땅을 내어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애초의 주인에게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 동안 시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빌려 얻은 이익을 일부나마 되갚으며 그간의 피해에 대해 보상도 하게 되는 등 공기업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즉각적인 부두 개방에서부터이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