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가 길고 유난스러운 것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래전부터 지구는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우리에게 꾸준히 경고를 보내 왔지만,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이 기후변화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먼저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한 1만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4도 가량 상승했는데, 지난 100년 동안 이미 1도 이상 올랐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 급증이 기온상승의 직접 원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 동안 지표기온이 1.8도 올라 세계 평균 1.4도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한반도는 근래에 폭염과 장마가 자주 발생하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이는 2015∼2019년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대값을 잇따라 경신한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래 폭염일수는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한편, 벼와 감자를 비롯한 주요 식용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하고 어류•해조류 등의 양식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1958년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에서 처음 측정한 이산화탄소(온실가스의 주종) 농도는 315ppm이었는데, 이 수치가 1986년 350ppm으로, 다시 2013년 400ppm을 넘겼다. 세계적인 기상학자 제임스 핸슨은 수치가 350ppm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며 '마지막 경고'라는 광고를 2008년 각국 주요 신문에 냈다. 그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385ppm이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기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판단한다.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 경제활동이 위축된 올해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늘고 있다. 5월까지 배출량이 전년보다 4~5% 줄었지만, 증가폭이 둔화된 수준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ppm이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데도 인간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세대가 지구의 변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화석연료로 지탱해온 성장 담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하며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삶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