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않은 영화음악 콘셉트, 장수비결 아닐까

'세상의 모든 음악' DJ이기도 한 그는
특유 진행방식·해박한 음악지식으로
오래 전부터 두터운 팬층 확보
“안식처 같은 음악 들려주고파”

 

나즈막하고 그윽한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전기현의 씨네뮤직 입니다.” OBS의 최장수 프로그램 씨네뮤직을 진행하고 있는 전기현(사진) 팝 칼럼니스트를 OBS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466회를 맞았다. 내년이면 10주년이 된다.

“장수비결이요? 아마 이 프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 때문일 겁니다. 영화음악에 집중한 콘텐츠가 별로 없거든요. 보통 최신작 영화를 소개하거나 음악을 소개하거나 하는 식이니까요.”

프로그램의 탄탄한 구성도 그렇지만 그의 고유한 진행방식을 좋아하는 고정팬들의 영향이 컸다. 매일 오후 KBS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의 생방송 DJ이기도 한 그는 오래전부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았어요. 특히 영화음악을 주로 들었죠. 그때 많이 들었던 샹송 덕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도 했죠.”

그는 199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대학 영화방송학과를 전공했다. 그의 해박하고 풍성한 월드음악 배경과 지식 대부분이 유학 시절에서 비롯됐다. 94년엔 본인이 직접 부른 샹송 음반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영화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고 영화의 요소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영화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오래된 영화 '배리린든'에서 클래식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영화를 한껏 아름답게 승화시키죠.” 전기현 진행자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마음을 어루만질 음악들을 소개하려 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대에 잠시라도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것이 음악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음악을 전달할 수 있다면 저의 소임을 다 하는 것이지요.”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