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의 힘이 커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빛나던 아날로그 예술가들은 한여름 무더위 속에 말라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바이오 등의 주가는 이같은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듯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연간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던 안산 대부도의 명물 동춘서커스는 95년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이 관객과 마주해야 생동감을 느끼는 아날로그 예술가들의 처지를 불안하게 만든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의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쌀 때 예술가들은 싱싱하게 살아난다. 관객의 영혼을 채워주는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 고된 연습과 준비 과정을 거치는 예술가들은 멋진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공연장, 미술관 등과 같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작품 관람을 기본으로 하는 문화 활동이 반복적으로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예술가들의 힘이 빠질 때로 빠진 상태다.

공공문화시설의 문이 반복적으로 닫히는 사이에 국민도 지쳤다. 그나마 영혼의 갈증을 방구석에서 랜선으로 풀었다.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무관중 부활절 밀라노 콘서트는 보름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00만을 기록했다.

콘서트, 뮤지컬, 연극, 오페라, 클래식 등의 공연이 무관중 생중계 온라인 공연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유튜브, 네이버 등의 온라인 플랫폼 시청자 수가 대폭 증가했다. 네이버 라이브 공연 중계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월 5~10개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올 3월부터는 월 50건을 훌쩍 넘어섰고, 6월에는 150건, 조회수 550만을 돌파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없으니 랜선으로나마 예술가들에게 공감을 날리고 있지만 시청자가 되어 안방에서 감상하는 것과 현장에서 관객이 되어 접하는 예술은 분명 차이가 있다. 관객과 아티스트 간에 오가는 호흡과 즉흥적인 소통을 온라인에서 담아내기는 어렵다. 화면 감상은 생동감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제 방구석에서 온라인 관람도 할 만큼 했다.

예술가의 불안과 방구석 관객놀이의 답답함은 공공문화시설의 물리적 공간을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내는 것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공공시설 이용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아예 문을 걸어 잠궈 안전을 확보했다. 그러는 사이 정책의존도가 높은 아날로그 예술분야는 말라 비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종교시설 집합금지가 내려졌을 때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대형마트, 지하철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과 비교해가며 관의 방침에 반발했었다. 통제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 이용시설보다 성도 현황 관리를 하며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종교시설의 경우 대중 시설보다 안전하지 않느냐는 주장이었다. 공공문화시설은 실명으로 참여자 관리가 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 시설과 다르게 예약부터 관람까지 시스템적으로 모든 과정에 있어 코로나 대응이 가능하다. 물론, 시설 이용자들이 철저히 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휴가철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상반기 내 해왔던 코로나 속 일상생활에 대한 적응도를 바탕으로 보다 확대된 문화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공공문화시설에 대한 방어적 행정보다 여러 고민과 지혜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한 물리적 공간이 예술가와 관객들에게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직접 만나는 예술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하반기에도 계속될 비대면 온라인 공연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관은 상반기 내 현장 공연이 어렵게 되자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대폭 전환해 소수의 선택받은 예술가들을 지원했는데 이것이 지원을 위한 지원에 머문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예산 투입 대비 랜선의 문화 효과는 어느 정도였는지 짚어봐야 한다. 온라인 콘텐츠도 대중적인 프로그램보다 창의가 다양하게 뿌려진 예술가들을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관이 문화정책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문화예술이라는 사회적 산소가 공동체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문화예술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향이 될 것이다.

/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