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보호종 서식지 훼손 우려…대안 촉구
'원안 추진' 고집하던 인천시 한발 물러서

국제 보호 습지인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고속도로 노선에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국책연구기관이 반대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도갯벌을 훼손하지 않는 노선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안 추진' 입장을 밝혔던 인천시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29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수도권 제2순환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을 보면, 환경부는 인천~안산 구간에 대해 “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검토·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특히 “계획 노선은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을 관통해 법정 보호 조류를 비롯한 생물종 서식지 훼손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람사르습지 훼손을 지양하고, 해양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양수산부도 “송도갯벌을 통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해수부는 “습지보호지역인 송도갯벌에 대한 물리적 훼손과 기능 저해를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습지이자 철새 서식지로 인정받은 송도갯벌에서의 개발은 국제사회 신뢰를 훼손시켜 우리나라의 위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와 해수부는 현재 계획된 해상교량을 포함해 5가지로 설정됐던 노선안 자체를 문제 삼았다. 국토부가 안은 3개 노선이 송도갯벌을 가로지르고, 나머지 2개만 해저터널과 습지 우회 노선이다. 환경부는 “계획안을 단순·형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해수부도 “새로운 대안을 포함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해저터널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KEI는 “해저터널은 생태환경이나 사회환경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노선”이라며 “인천공항고속도로와의 접속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터널 통과 후 우회 접속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관련 부처와 연구기관이 송도갯벌 보호에 한목소리를 내자 인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원회'는 국토부에 노선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대로 사업을 강행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원안 추진'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하려던 인천시도 한발 물러섰다. 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토부에 환경단체, 주민 의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