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청구된 6건 중
성평등·에코밸리 조례만 의결

어린이병원·반값 등록금
농민수당 등 의회서 보류

미군기지 반환 상정 준비중
심도있게 논의해야 지적
/사진출저=연합뉴스

 

시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2000년부터 '주민조례청구제'가 운영되고 있으나 최근 경기도내 지방의회의 심의가 지지부진하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최근 2년 도내 지방의회에 청구된 주민 조례 6건 중 4건이 낮잠 중이고, 2건은 수정·원안 의결에 그쳤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11월 성남시에 조례 제정을 청구한 '성남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다.

이는 만 18세 미만 중증장애 어린이의 진료 및 재활 의료사업 등을 위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는 성남시민 1만1311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조례 제정을 청구했으며, 지난 2월 성남시의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성남시의회는 비용 문제와 수요 분석 등에 대한 검토를 이유로 조례 심의를 보류했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도의 심의계획이나 검토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표 청구인인 김미희 전 국회의원은 “1만명이 넘는 주민이 생년월일까지 모두 적시하면서 동의한 주민청구조례를 지방의회가 심의하는 않는 것은 민의를 무시하는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용인시 주민청구조례인 '용인시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례는 지난 1월15일 1만1182명의 동의를 받아 용인시의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동의안이 제출된 지 6개월여 기간이 지나도록 용인시의회는 '검토미비' 등을 이유로 조례를 보류했다. 이로 인해 용인시의회와 집행부 등이 주민조례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양평군 농민수당 지원조례'도 경기도가 먼저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6월 군의회에서 보류됐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지방의회에 청구된 주민 조례 6건 중 4건이 아직 의결되지 않았고, 2건만이 수정·원안 의결됐다.

의정부 주민들이 청구한 '의정부시 미군기지 반환 공여구역 주변 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는 상정을 준비 중이며, '시흥 에코밸리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안'과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은 각각 원안의결과 수정 의결됐다.

이렇다 보니 주민조례 청구인 대표 등은 행안부가 추진하는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는 현행 지방자치법상 주민청구조례에 대한 요건이 지나치게 높고, 심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률이 제정되면 청구권자 연령은 만19세에서 만18세 이상으로 낮아지고, 서명 인원도 지자체 규모에 따라 최대 50% 이상 감축한다.

또 주민들이 청구한 조례가 수리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지방의회가 조례를 의결하도록 했고, 지방의회 의원 임기만료로 폐기되지 않도록 한다.

김 전 의원은 “한 개의 법률안을 두고 수년에 걸쳐 검토하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통상 2~3개월이면 조례의 부결·가결 여부가 결정된다”며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조속히 제정돼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가 지방의회에서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주민청구조례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도내 31개 시군을 포함해 전국에서 269개 조례가 청구됐다. 이중 원안의결 40건, 수정의결 81건 등 121개 조례가 제·개정됐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